김훤주 기자님이 왜 나이를 묻지 않고 학번을 묻나? 라는 글을 쓰셨더군요.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도 그런 문화가 싫어서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고 묻지 않습니다. 대학을 묻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예전에 썼던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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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에 더 나아가 다른 문제제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대학이나 학번을 묻지 않는다고 해서 나이를 물어보는 건 바람직한 문화일까요? 사람이라는 존재가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건 모두 다 알 것입니다.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람인데, 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숫자로 표현하길 강요하는 걸까요?

나이든, 학번이든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그 사람을 정의내려 주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나보다 10살이 많은 사람이라도 배울 것 하나 없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 나보다 10살 어린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많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첫 대면한 사람에게 나이를 물어 관계를 규정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보통 나이를 묻는 사람들은 위계질서, 상하관계를 중요시 합니다.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는 양해도 구하지 않고 서슴없이 반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나이도 묻지 않고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반말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이가 관계를 규정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깔려있는 겁니다.

어린 아이들이나 학생들을 대할 때는 특히 더 심합니다. 무조건 반말입니다. 저는 아무리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반말을 하지 않습니다. 존댓말과 반말은 나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관계의 우위 또는 상하 관계를 규정하기 마련입니다. 저보다 어리다고 해서 제가 더 우위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저는 존대를 합니다.

물론 저는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겐 일종의 마음속 예우를 지키곤 합니다. 적어도 나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살았기에 많은 경험들을 했으리라는 그 연륜을 인정하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나이로 저를 제압하려는 사람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사람의 다양성을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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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런 TV 광고가 있었습니다. 한 토론회에 나온 패널들간에 감정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한 패널이 상대쪽 패널에게 "당신 몇살이예요?"라고 외칩니다. 그러면서 휴대폰을 켜고 인터넷에 접속해 인물 정보를 알아냅니다. 그 사람은 "나보다 한살 어리잖아"라고 이야기하고, 결국 나이 어린 사람은 꼬리를 내립니다.

이 광고는 사람을 참 기분 나쁘게 한 광고였습니다. 그리고 또 한국 사회 모습을 제대로 반영한 광고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나이로 모든 게 정리돼 버리기 때문입니다. 토론에 나이가 웬말입니까.

드라마 속 대사처럼 '나이는 숫자일 뿐'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대학과 학번을 묻는 것은 학력차별을, 나이를 묻는 것은 나이에 따른 상하질서를 따라줄 것을 은근히 강요하는 폭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요즘은 어디 사세요?라고 묻는 것이 부를 측정하는 지표가 되더군요. 요즘처럼 양극화가 심하지 않았던 몇년 전에도 채팅방에서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에 강남 지역을 대지 않으면 바로 나가버리기 일쑤였습니다. 지나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는 곳을 물으면 강남, 분당 등에 사는 사람들은 자신있게 말하지만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은 어딘가 주눅드는 모습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우리는 어떤 대화를 해야할까요? 무엇을 물어야할까요? 사실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가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요?라고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어떤 질문을 하고 싶습니까? 또는 어떤 질문을 받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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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0 13:20 2008/03/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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