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TV 및 인터넷과 연을 끊고 있다가, 어제 처음으로 인터넷으로 세상을 접했다. 그동안 참 경악스러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었다.

많은 뉴스 중 나를 사로잡은 건 미니스커트 도촬에 대한 판결이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의 다리를 도촬한 건에 대해 대법원이 "이 사진만으로는 안씨가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려 했다거나 피해 여성에게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에는 다리를 보여주기 위해 이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는 논리가 짙게 깔려있다. 성폭행 범죄의 원인이 여성의 단정치 못한 행실에 있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우리가 자신에게 맞는 옷을 고르고, 즐겨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니스커트 역시 하나의 옷일 뿐이다. 깔끔한 것을 좋아해 늘 흰색 셔츠만 입는 사람과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사람이 다를 이유가 없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나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입는 것이다. 그런데 다리를 보여주기 위해서 입은 것을, 내가 봐 줬고 찍었을 뿐인데 억울하다는 건 무슨 논리인가.

더군다나 성폭력범죄처벌법이었다. 말 한마디로도 걸려들 수 있는 게 성폭력이다. 그런데 허락없이 남의 다리를 찍어놓고도 무죄라는 판결이 나오다니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 같다.

내가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이유는 내 체형 조건상 그 옷이 가장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옷을 사더라도 미니스커트에만 눈길이 간다. 내 다리를 보여주고 싶은 생각? 추호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음란스런 눈으로 쳐다보는 눈길이 짜증날 뿐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것도 아닌데, 그게 무서워 굳이 미니스커트를 입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보인다고 도촬을 하는 게 합법이라면, 여성들은 수없이 많은 종류의 성폭행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이번 판결 결과, 헌법소원까지 가야하지 않을까? 비약하자면, 섹시한 옷차람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해도 여자가 원인 제공을 했다는 논리에 빠져들기 쉽다.

옷 한벌도 내 맘대로 입지 못하게 하는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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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5 14:58 2008/03/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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