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칵테일 입사 취소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입사와 퇴사 문제, 인사처럼 중요한 문제가 하루 아침에 뒤집어진다는 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지금 블로고스피어는 블로그 칵테일에 대한 혹은 올블로그에 대한 성토와 비난의 글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블로그 칵테일을 비난한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모두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감추고 있었던, 드러내지 않았던 우리들의 약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격하게 이야기하자면 인사 담당자와 구직자 사이의 상하관계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다.

비록 삭제한 글이긴 하지만, 골빈해커님의 글을 잠시 인용한다.

"이 분을 결정하기로 하고, 합격통지를 드렸을 때 감사합니다라는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는 말은 없고, 조금 더 생각해보겠다. 3시간 뒤에 전화 하겠다. 상여금은 어떻게 되느냐, 법적으로 상여금이 정해져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부분은 잘 되어 있느냐 성과급은 없느냐, (이미 결정했음에도)연봉이 적은 것 같다. 등등의 얘기만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합격이 결정됐다는 얘기에 별로 좋아하는 기색도 없었다고 합니다.(중략) 물론 처우에 대해 궁금한거 당연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거 안챙기는 분들한테는 면접 때 잘 챙겨야된다고까지 말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면접때 궁금한거 다 물어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면접 때 상장은 언제할꺼냐고는 물어보셨으면서 왜 처우에 대한 문제는 그제서야 물어보시는겁니까? 그것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다니기 싫은데, 그냥 서울에 입성하려고 어쩔 수 없이 가겠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합격을 취소했습니다."

이 짧은 이야기에 들어있는 인사 담당자와 구직자의 관계를 살펴보자.
면접 때 처우에 대한 문제를 물어보지 않은 점을 지적했는데, 면접장에서 인사담당자와 구직자가 평등한 관계를 유지한다면 사실 못물어볼 말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인사 담당자와 구직자는 어디까지나 갑을 관계이다. 인사 담당자는 구직자를 면접할 수 있지만 구직자는 인사 담당자를 면접할 수 없는 환경이란 것이다.

면접이란 것은 인사 담당자가 자신의 회사에 맞는 구직자를 찾는 목적도 있지만 구직자 역시 면접에서 만나는 인사 담당자를 통해 이 회사가 자신이 원하는 회사가 맞는 지를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쩐의 전쟁'의 원작자인 박인권 씨의 '대물'이라는 만화를 보면, 주인공이 면접장에서 사장에게 직접 질문을 한다. 자신도 여기가 자신에게 맞는 직장인지를 알아봐야 한다는 이유다.

이것이 현실에서도 가능해야 한다. 면접관이 3년 후 당신의 모습이 어떨 것 같냐라는 질문을 하듯이, 3년후 이 회사는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도 면접을 볼 때, "이 면접을 통해서 본 저는 어떤 사람인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그때 면접관들은 사실 조금 당황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해선 내가 면접관이 돼 평가하자면 그들의 대답은 형편없었다. 너무 상투적인 응답이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면접에서 연봉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인사 담당자는 너무도 당연한 듯이 희망 연봉을 묻지만 구직자들의 머릿 속에선 온갖 생각들이 교차한다. 정말 희망하는 연봉을 불러도 되나. 내가 부른 연봉이 이 회사 여건에 비해 너무 많다면? 내가 부른 연봉이 이 회사 여건에 비해 너무 적다면? 등등의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그 대답 하나에 채용 여부가 결정될 지도 모를 일인데 그 누가 솔직할 수 있을까.

또 근무환경, 근무시간 등등은 꼭 챙겨야 하는 것이지만 이를 상세히 알려주는 회사도 없다. 만약 그 회사가 실상은 노동법을 어기고 있는 곳이라면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사실 이 문제는 구직자가 묻기 전에 인사 담당자가 답해줘야 하는 문제이다. 근무시간이 극비는 아니지 않은가.

합격 통지를 받은 후, 구직자의 반응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 구직자들은 보통 한 군데의 회사에 시험을 보기 보다 여러 회사를 놓고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다. 회사 역시 마찬가지로 여러 명의 지원자 중에서 원하는 인원을 뽑는 것이 아닌가. 채용 과정에 최종 합격했다고 해서 모든 절차가 끝난 건 아니다. 이제 선택권은 구직자에게 넘어온 것이다. 합격 소식에 기뻐하지 않았다고 해서 합격을 취소하는 것은 일종의 전횡이다. 이후의 과정은 구직자에게 맡겨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한 회사만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합격 통보 후 합격을 취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시 돌아 본 면접 과정이 아닌 합격 통보를 받은 구직자의 자세가 아닌 회사의 피치못할 사정 등의 이유여야 납득이 가능하다. 경영상 어려운 상황에 처해 인력 채용이 어렵게 됐다든지 하는 납득 가능한 여의치 못한 상황이어야 하는 것이다.

구직자들은 입사하고자 하는 회사에 종속된 관계도 아니고, 약자도 아니다. 한 회사와 개인이 만나는 평등한 관계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채용 절차도, 구직자들을 바라보는 인사 담당자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구직자들은 선택되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가 선택하는 과정 속의 상대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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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8 17:39 2008/03/2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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