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드는 '그레이 아나토미'였다. 사랑이 있고, 환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의사들의 고민, 인생에 대한 고민들이 묻어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라마 속에 나오는 의사들은 어쩜 그렇게 다들 잘생겼는지, 그 미남 의사들 보는 재미에 더 좋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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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식코'를 보고난 뒤 '그레이 아나토미'가 얼마나 끔찍한 드라마였는지 알게됐다. 왜냐하면 그레이 아나토미는 적어도 보험이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만 나왔고, 그들은 천문학적인 병원비 때문에 좌절하는 환자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즉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뤘구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드라마가 환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는 배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그레이 아나토미에서 그려지고 있는 환자들은 병원비는 걱정 없어 보이는 환자들이 대다수였다.

부자로 보이는 사람, 넉넉치 못해 보이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적어도 드라마 속에서 그들은 병원비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의료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은연 중 내포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혹시 광고주가 의료보험회사나 제약회사가 아닐까?

사실 우리나라 의학 드라마의 경우, 병원비 없어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최소 한 컷식은 나온다. 그나마 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식코는 미국 의료보험의 현실을 아주 쉽게 설명한다. 문제점을 알리고자 하는 사람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누구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게끔 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마이클 무어는 식코를 통해 그 능력을 잘 발휘하고 있다. 내가 만약 중학생이었더라도 영화를 통해 미국 의료보험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식코를 보면서 들었던 여러 가지 생각들 중 가장 끔찍한 것 중 하나는 미국의 의료보험과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이 매우 닮아있고, 닮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민간의료보험의 확대 등이 그 모습이다. 그래서 전국민이 식코를 볼 때까지 홍보하고 싶다고 했던 한 블로거의 심정도 이해갔고, 45세가 되면 이민을 가겠다고 결심한 한 블로거의 심정도 이해갔다. 우리 현실도 미국과 그리 다르지 않게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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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인 병원비가 감당이 안돼 찢어진 다리를 혼자 꿰매고, 2개의 손가락이 잘려나갔지만 한개의 손가락만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의료보험 미가입자들의 생활은 너무 비참해서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럼 의료보험 가입자들은 좀 낫겠지 했으나 그들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쿠바에선 고작 5센트 밖에 안하는 약이 미국에선 자그마치 120달러, 그 약을 복용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여자의 눈물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특히 9.11 테러 당시, 구조대원들을 영웅으로 내세웠던 미국이 그들의 후유증에 대해 나몰라라 하고 있는 현실은 민족을 떠나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적어도 캐나다인이나 쿠바인, 영국인, 프랑스인들은 알고 있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아픈 사람이 치료받지 못하면 안된다는 걸. 선진국은 돈을 잘 버는 나라가 아니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시스템을 가진 나라일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후진국 미국과 대한민국이 참 부끄럽다.

영화를 보고 나 역시 이민가야 할까라는 생각이 스치긴 했지만 그것은 탈출 혹은 도피일 것이다. 그래서 이민보단 부끄러움을 이야기하고,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한 목소리를 보태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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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8 18:19 2008/04/2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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