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내가 대학교 때 쓴 글이다. 당시 대한매일(지금은 서울신문)에도 실렸던 칼럼이고, 이곳저곳 여러번 공개했던 글이다. 이 블로그에 글을 모으기 위해, 또 더 많은 사람과 다시 읽기 위해 여기에 담는다. ------------------------------------------------------------------------------
미국의 저명한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이라는 글을 통해 여성의 월경 문화와 남성의 우월적인 지위 등을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 나는 여성에게 강요되고 있는 '처녀막' 순결주의에 반하여 '남자에게 총각막이 있다면'이라고 상상해 본다.
남자에게 총각막이 있다면 과연 어떨까?
일단 내가 생각한 총각막에 대해 설명하겠다.
총각막이란 남자의 성기를 에워싸고 있는 붉은색의 막으로, 성기가 발기해 자궁 속으로 들어가면 터지게 돼 있다.
이로써 그 남자가 숫총각인지, 아닌지를 분간해 주며 파열된 뒤로는 소멸돼 별다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총각막은 다른 막과 달리 외부로 돌출돼 있어 작은 충격에도 쉽게 파열되는 단점을 갖고 있다.
남자가 자위를 할 때나 축구 경기 도중 공에 부딪칠 때 등 심한 충격이 가해지면 총각막이 파열되기도 한다.
따라서 남자들은 결혼전까지 자신의 성기가 발기하지 않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게 됐다.
아무튼 이렇게 쉽게 파열되는 성질 때문에 총각막은 종종 애물단지로 표현된다.
총각막은 결혼할 때 신부가 신랑의 순수성을 파악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총각막이 없는 것이 이혼의 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파열된 총각막을 재생시켜 주는 '멋쟁이 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남자의 산부인과 이용 통계를 보면, 총각막 재생 수술을 받는 환자 대부분이 결혼을 앞둔 남자라고 한다.
총각막이 너무 쉽게 파열되다 보니, 이것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각계에서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각종 '총각막 보호대'가 만들어져 시판되고 있다.
총각막 보호대는 성기를 에워싸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총각막을 보호해 주는데, 소변시 다시 벗기고 사용해야 하는 등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또 가격도 개당 5천원 꼴로 남성계에서는 '총각막 보호대'의 부가세 면제 등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남성 운동은 '순결 강요 폐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총각막이 남자의 순결성을 입증해 줄 만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의학계의 연구 발표에 따르면 총각막은 특별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유명무실한 막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총각막의 파열이 잦아 순수성을 증명해 줄 만한 마땅한 근거도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총각막 이름 다시 부르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총각막이라는 이름 자체가 남성들의 순결성을 강요하는 명칭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연구 결과는 이러한 남성운동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어날 때부터 총각막이 없는 남성도 있다고 한다.
또 한 매춘 남성은 7년 남짓 수십번의 성행위를 했는데도 총각막이 파열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남성계의 '순결 강요 폐지' 운동에 힘을 보태 주고 있다.
앞으로 남성에게 강요됐던 순결성과 총각막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착이 과연 깨질 것인지 주목해 봐야 할 점이다.
------------------------------------------------------------------------------ 사실 이 글은 여자의 처지를 그대로 남자에게 투영한 것이다.
지금이야 예전보다는 순결 의식이 많이 사라져 자유 성관계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자의 순결을 원하는 남성들이 많다.
또 모든 여성들이 매달 생리를 하지만 생리대 가격은 매달 부담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순결성을 강요받고, '멋쟁이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는 끔찍한 남성의 모습과 생리대 대신 총각막 보호대를 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이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처지를 이해해보라는 뜻이다.
처녀막이 처녀막의 구실을 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오래 전에 나왔지만 아직도 여자는 '처녀성'을 강요받고 있다.
이에 따라 처녀막을 '질막'으로 부르자는 운동도 일었으나 크게 각광받지는 못했다. 폐경을 완경이라 부르는 운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는 문제 의식엔 공감하지만 여전히 그 문제를 끄집어내 이야기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걸 이야기해주는 게 아닐까?
남자에게 총각막 말고 무엇이 더 있어야 할까? 여자에게 처녀막 말고 무엇이 더 없어야 할까? 계속되는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