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독일 여행에서 돌아보고 온 곳은 뮌헨과 퓌센, 프랑크푸르트, 베를린이다. 그 중 가장 아름다웠던 곳은 퓌센이었고, 볼거리가 많았던 곳은 베를린이었다.
그리고 베를린 중에서 꼭 가봐야 할 최고의 장소를 뽑자면 망설임 없이 '유태인 박물관'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박물관이란 곳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곳은 볼거리도 많고 무엇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았던 곳이다. 그야말로 '철학'이 넘쳐나는 공간이다.
유태인 박물관은 다니엘 리벤스킨트가 설계했다.
다니엘 리벤스킨트, 9.11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세워질 프리덤 타워를 설계한 사람으로 현대에 가장 추앙받는 건축가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도 이 건축가의 작품이 있으니, 코엑스 건너편에 있는 아이파크 건물이 그것이다.
아무튼 다시 유태인 박물관 이야기로 돌아가자.
건물 내부에서 본 '유태인 박물관'의 외부 모습이다. 건물 내부는 온통 기이한 모양의 창으로 가득 차 있다. 그것을 '창'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이 창 역시 옆이 긴 직사각형이 사선으로 이루어진 특이한 모습이다.
독일에서 유태인들의 삶이란 것이 원만한 창문으로 밖을 바라볼 수 없었던 그런 상황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체험의 공간이다. 길지 않은 이 길을 걸어갔다 다시 나오는 곳인데, 쭉 걸어가면 암흑이 나온다. 걸을 때마다 바닥에 깔린 쇳덩이에서 독특한 소리가 나는데, 이것이 이 공간 전체에 울려퍼진다.
그 쇳덩이의 정체는 바로 이 것. 희생된 유태인들의 얼굴을 형상화했다.
이를 밟을 때 나는 소리들을 통해 당시 유태인들이 느꼈을 공포를 소리로 느껴보는 것이다.
이 공간의 주제는 'Reflex'. 모든 것들이 거울을 통해 봐야만 제대로 보인다.
흔히 우리가 이야기하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거꾸로 된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인지, 거울을 통해 보이는 세상이 제대로 된 세상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의 삶들이 또 유태인들의 삶이었을 것이라 어렴풋이 짐작해본다.
계단을 올라가다보면, 이런 계단이 보인다. 올라가려다가 '엇'하고 다시 내려왔다. 길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다른 길 밖에 보이지 않았던 절망적인 삶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어느 곳하나 놓칠 수 없을 정도로 유태인 박물관은 공간 구석구석마다 세심하게 설계돼 있다.
헤드폰을 끼고, 왼쪽에 있는 벽들을 지나가면 라디오들이 들린다. 주파수가 잘 맞았다가 끊어지고, 지지직 거림이 반복된다. 그 경험은 상당히 기묘했다.
그리고 그 벽의 끝에는 사람이 지나가지 못할 정도의 좁은 탈출구 같은 것이 보이고, 그 안에서 빛이 새어나온다.
오른쪽 사진은 사실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탁자이다. 무턱대고 탁자에 손을 얹었다가는 균형을 잃고 쓰러질 지도 모르는...
이 뿐만 아니라 어느 공간에서는 기울어진 바닥이 나오고, 어떤 문으로 들어가자 그 곳엔 암흑밖에 없었다. 저 멀리 높은 곳에 아주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땐 왠지 공포스러워 빨리 밖으로 나가고만 싶었다.
공간 하나하나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이 곳은 다양한 것을 체험해보면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렇게 넓은 공간이 아님에도 이 곳을 둘러보는 데는 2시간여가 걸렸다.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많은 것들을 보여준 '유태인 박물관'. 베를린에 간다면 꼭 가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