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왜 청소년 도서로 분류됐을까? 이건 어른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여러 우화와 풍자 등을 통해 비꼰 세상 이야기를 보며,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미친 사람들, 탈출하다'였다.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미친 사람들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 글을 읽다보면 우리가 미친 세상을 만들어 살고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미친 사람들은 시내 곳곳을 점령하며, 정상인 사람들을 가두어둔다. 그들은 정신병원, 경찰서, 시청, 방송국 등을 모두 점거하는 데, 그러다보니 미친 사람들에게도 시장이 필요했다. 하지만 미친 사람들은 그 누구도 시장직을 맡으려하지 않았다. 자신은 지금 행복한데 왜 골치 아픈 시장을 맡느냐는 것이었다. 할 수 없이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시장을 할 사람이 있느냐고 묻는데, 정상적인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손을 든다. 결국 미친 사람 중에서 한 젊은이가 시장직을 떠맡게 되는데, 이 시장이 하는 일들이 참 재미있다.
그 중 마음에 들었던 한 구절.
"스포츠를 하면 무엇에 좋은가?"
심판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총동원하여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장관님, 스포츠는 몸을 튼튼하게 합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지요. 그러므로 한 국가의 청년들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스포츠가 아주아주 중요합니다."
"그렇군. 그런데 지금 내가 보기에는 축구라는 이 훌륭한 스포츠를, 저 운동장에 있는 스물두 명의 청년들만 하고 있군 그래. 그렇다면 관중석에 앉아 구경하고 있는 육천 명은 뭔가? 사람이 경기를 보기만 해도 튼튼해진단 말인가?"
미친 시장은 결국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을 모두 축구장에 몰아넣고, 운동을 하게 한다.
이 일화에서 문득 3S 정책이 떠올랐다. 그 좋은 스포츠를 그저 멍하니 구경만 하게 만든 국가란 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2002년 월드컵 장면들을 가끔 TV에서 볼 때면 아직도 전율이 일곤 하는데, 그러고 있는 내 모습이 무척 싫을 때가 있다. 그 지독한 기억은 지워지지도 않는구나 생각하며, 스포츠와 민족주의가 결합할 때 얼마나 무서운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지 실감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당나귀는 당나귀답게라는 우화는 평범한 당나귀에게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있게 훈련 시키면서 서커스가 돈을 벌자 너도 나도 당나귀에게 말을 시켜 결국 거의 모든 당나귀들이 말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모든 당나귀들이 말을 하자 이젠 당나귀가 사람처럼 걷게 만들고, 점점 다른 역할을 부여한다. 그러다보니 짐을 싣을 당나귀들이 사라지게 되고, 결국 사람이 짐을 싣게되는 구조가 된다. 그 때가 되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는 사람들이 다시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길러야한다는 걸 깨닫게되는 이야기이다.
제목 그대로 이 책은 당나귀는 당나귀답게 살아야 하듯이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새로울 것 없지만 당연한 명제를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