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가 된 신부. 흔하지 않은 주제이지만 마냥 새롭지도 않다. 상반된 모순 사이에서 갈등하고, 싸우는 모습은 많은 책이나 영화의 소재가 돼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열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송강호는 차치하더라도 김옥빈에게서는 그동안 미처 몰랐던 모습을 발견해 새롭고도 놀라웠고, 김해숙의 연기는 소름끼쳤다. 김해숙은 특히 눈빛 연기가 무엇인지를 실감나게 해줬다.

박쥐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무언가가 결여된 사람들이다. 금욕 생활을 하는 신부 상현(송강호)은 성욕을 억제해야만 했고, 태주(김옥빈)에게는 자유가 없었고, 박인환이 연기한 노신부는 앞을 볼 수 없는 장님이었다. 그렇기에 태주는 자신의 허벅지를 찌르면서까지 자유를 갈망했고, 노신부는 어둠의 빛 한줄기라도 보고자 뱀파이어가 되는 것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뱀파이어가 된 상현을 괴롭혔던 건 무엇이었을까? 본인이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야 한다라는 것? 그렇기에 살인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 그렇지 않다고 본다.

상현이 처음으로 피를 빨게 됐을 때 그에게서는 한치의 망설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진정 갈등을 했다면 눈동자라도 흔들렸을 것이다. 그가 갈등했던 건 피를 빠는 행위가 아니라 태주와의 성행위였다. 태주와 첫키스를 하고, 섹스를 하게될 찰나 상현은 그 순간을 고통스러워하며 자신의 욕망을 억제하려 했다. 결국 상현을 갈등하게 하고, 유혹에 흔들리게 하는 건 '살인하지 말지어다'가 아니라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지어다'였던 것이다.

상현이 태주와의 섹스는 계속하면서도 살인을 쉽게 하지 못하는 건 신부인 그를 가두고 있었던 건 성적인 욕망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송강호의 성기 노출도 이 점을 시사하는 것 같다. 성폭행을 하다 사람들에게 걸린 뒤 힘 없이 걸어나오는 상현의 성기는 풀 죽어 있었다. 그것을 난 그의 욕망이 사라졌다는 걸 뜻한다고 봤다. 상현은 그 길로 바로 죽음을 맞이하러 간다. 생을 가능하게 했던 욕망이 사라졌기에 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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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5 14:29 2009/05/0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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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5/1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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