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긴 하지만, 와인은 이제 어느 정도 친숙한 술이 됐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즐기고, 마시긴 하지만 처음 와인을 고를 땐 망설여하는 게 보편적인 모습이다. 나는 와인을 잘 모르니 네가 골라라하는 겸손한 경우는 태반이고, 와인에 대해 조금 공부한 사람은 마치 와인을 다 안다는 듯이 재고 다닌다.
사실 와인이든 소주든 기쁜 날 기쁘게 하고, 슬픈 날 위로하고, 취하고 싶은 날 취하게 하면 그게 좋은 술이 아닌가.
'와인 정치학'은 바로 이런 면에 접근했다. 사람들이 와인을 어려워하는 건 와인 라벨을 읽고 이해하는 데서 부터다. 이 책은 와인 라벨 이면에 감춰진 정치 관계, 경제적 이익 관계들을 파헤치고 있다.
주로 구대륙 와인의 대표주자인 프랑스와 신대륙 와인의 대표주자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와인의 역사와 등급, 품질에 대해 다룬다.
우리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보르도 와인과 프랑스 와인 등급인 A.O.C 등의 허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와인 전문 평론가 티쉬는 "점수를 매기는 게임으로 와인 거래업자들 사이에서 태만과 자기만족, 그리고 무지가 양산되었다. 그에 따라, 소비자들은 와인이 '측정 가능한' 대상이라고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었고, 객관적인 수치로 보이는 평론가들의 평가 점수가 자신들을 포함한 다른 평가들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와인 상점을 운영하는 한 여주인이 나에게 말한 바에 따르면, 수치로 나타내는 평가가 가진 문제점은 "비록 어떤 와인이 좋은지를 말해주기는 하지만, 점심 식사에 치킨 샐러드와 잘 어울리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점수는 음식과의 궁합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는다. 이러한 점수는 모든 와인이 언제나 동일한 맛을 낸다는 점을 전제로 하지만, 여름날 야외에서 알코올 도수가 높은 레드 와인이나 한 겨울에 로제 와인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러한 전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본인 역시 와인을 처음으로 접했을 때는 비싸다는 와인보다는 마주앙처럼 달달한 와인이 좋았다. 와인은 맛있는 거구나라고 생각하며, 하나 둘씩 와인을 접했을 땐 점점 달지 않은 와인을 찾게 됐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와인을 기억해두고 다음에 다시 먹곤 했는데, 그 와인이란 것이 늘 같은 맛은 아니었다. 안좋은 기억이 있는 와인도 다른 자리에서 먹으니 또 맛이 좋았고, 좋았던 기억의 와인을 다시 먹으니 이번엔 너무 가볍게 생각되기도 했던 것이다.
같은 빈티지의 같은 와인이라 하더라도 분위기, 와인과 곁들인 음식, 와인 보관 방법, 와인을 마시는 환경에 따라 각기 다른 맛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이런 사실을 간과한다. 누가 좋게 평가했다는 와인, 올해 최고의 와인으로 뽑힌 와인 등 자꾸 와인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며 와인 맛을 음미하려 하는 것이다. 결국 그것이 와인 라벨에 세뇌당하는 모습이 아닐까?
와인을 좋아한다면, 와인 라벨을 읽는 법 뿐만이 아니라 그 이면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지를 아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와인은 매혹적인 호기심으로 달콤함에 이끌리고... 정치는 권력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검은손의 압박에 숨이 막히는... 이 둘의 느낌을 한꺼번에 합쳐놓은『와인정치학』이란 제목이 던지는 상반된 느낌에 이끌리어 딱딱하면서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위드블로그 도서캠페인에 선뜻 응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느낌은 제가 상상한대로였건만 결코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뇌로는 눈으로 따라가는 활자에 맞춰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