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에 책을 읽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그 책의 무게는 결코 만만치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휴가 때도 여행에 필요한 책 단 한 권만을 가져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려고보니 아무래도 아쉬웠다. 좀 무거우면 어떤가.
공항에 있는 서점에 들러 재빨리 책을 골랐다. 역시 책의 목록은 많지 않았다.
가볍고 재밌는 책을 읽자는 생각에 책장을 둘러보는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이 보였다.
'향수'라는 그 두꺼운 책을 단번에 읽게 만들 정도의 힘을 가졌던 작가라면 후회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영화는 전쟁이다'를 집어 들었다.
이 책은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잔인한 문제'라는 독일 영화의 시나리오가 주를 이룬다. 그리고 영화 감독과 시나리오 공동 작업을 한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친구여, 영화는 전쟁이다! / 시나리오 쓰기의 몇가지 어려움에 대하여'라는 글과 감독과의 대담, 영화 속 장면들이 들어 있다.
시나리오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르긴 했지만 그것은 그 나름대로 장면을 상상하며 그려보는 맛이 있었다.
영화는 로시니라는 식당을 단골로 드나드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 속 장소의 90% 이상이 로시니라는 식당에서 이뤄진다.
작은 식당만을 배경으로 하더라도 무수한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 그러고보면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무심한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도 있듯이, 그저 스쳐 지나간 그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까 고민해 본 적이 있었던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