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다보니, 여행 코스 추천 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 역시 아는 사람들이 제주로 내려올 경우, 좋을 곳을 데려가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한다. 문제는 그들의 체력과 열정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나보다 훨씬 못미친다는 것이다. 여행이 계속될수록 다들 이제 그만 쉬면 안될까라는 이야기를 꺼내곤 한다. 그만큼 보여주고 싶고, 맛 보게 하고 싶은 욕심이 많기 때문인가 보다.
제주 여행 추천 코스를 짜는 건 그래서 어렵다. 내가 보고 좋다고 느끼고, 감탄했던 곳에서 다른 이들도 같은 감정을 느낄거라곤 장담할 수 없기 때문.
그럼에도 엄선해서 꼽은 2박 3일 제주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지역별로 최대한 많이 넣었으니 일정과 체력에 따라 여행지를 선택하면 된다.
1일 : 종달리해안 - 성산일출봉 - 우도 - 광치기 해변 - 섭지 해녀의 집 - 신천 바다목장 -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 용눈이오름 - 나목도 식당
성산일출봉은 참 신비로운 곳이다. 어느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양새도, 느낌도 다르다.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된 이후로는 찾는 사람들도 부쩍 많아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출봉의 중간 정도까지만 올랐다가 서둘러 내려가곤 한다. 보이는 것만큼 만만히 오를 수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헉헉대며 정상까지 올라가면 무언가 확 트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시야가 환해지는 건 물론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시원함이 느껴진다.
우도는 설명이 필요없는 곳이다. 섬, 그 자체가 아름다운 곳이기 때문이다. 봄의 우도는 특히 유채꽃 향기가 가득한 꽃의 섬이다. 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
우도를 여행하는 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시간이 충분하다면 걷기, 그렇지 않다면 자전거를 권한다. 우도 여행에 대해선
'우도를 여행하는 3가지 방법' 참고.
광치기 해변에서 본 성산일출봉 풍경. 광치기 해변은 성산일출봉을 제법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다. 바닷물도 맑고 투명한 곳.
섭지 해녀의 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이다. 어린 게를 제주도 말로 '겡이'라고 하는데, 이것들을 갈아서 쑨 죽이 바로 겡이죽이다. 이곳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것이기도 하다.
겡이죽은 게가 제철일 때 왕창 잡아서 산채로 냉동, 손님이 주문할 때마다 바로 꺼내 껍질채 갈아서 죽을 쑤기 때문에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 주문후 약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도착 전에 미리 전화를 해두고 가는 게 좋다.(064-782-0672)
특히 죽이 나오기 전에 나오는 이 쑥지짐은 정말 2번 시켜 먹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고소하고, 쫄깃하니 맛있다.
점심을 먹었다면, 바로 인근에 있는 섭지코지를 구경해도 좋고 그냥 지나치도 좋다. 나는 주로 그냥 지나치는 편이다.
섭지코지에서 표선 방향으로 내려오다보면 신천 바다목장을 만날 수 있다. 바다를 내다보고 있는 있는 목장에는 말과 누런 소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그걸 구경하는 맛도 쏠쏠~. 또 바닷가를 따라 잠시 걸어보는 것도 좋다.
바다목장에서 만난 이 소는 사진 찍는 내게 점점 다가오더니 인사를 하고 갔다. 진짜로.
보통은 말들을 만날 수 있고, 소는 운이 좋아야 만난다.
이곳에선 승마 체험도 할 수 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승마하는 기분은 정말 최고이겠지만 다른 승마장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그래서 나도 여기서 말은 타보지 못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도 내가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이다. 3번 다녀왔는데, 다음에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놀러오면 또 데리고 갈 생각이다.
김영갑 화백이 모든 열정을 다 불사르면서 만든 갤러리이기 때문에. 김 화백님의 유골도 이 곳에 뿌려졌다.
두모악을 갔다면, 김영갑 화백이 사진에 담은 용눈이 오름에 가고 싶어질 것이다. 두모악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꼭 드러보길 권한다.
둥그스름해서 포근한 느낌을 주는 용눈이 오름은 갈 때마다 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그 바람이 담고 있던 비의 느낌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비바람이 아니라 바람비라고 불러야 딱 알맞을 그 경험을.
용눈이오름을 오른 뒤 시간이 좀 남는다면, 주변의 다른 오름들을 올라보는 것도 좋다. 오름 위에서 감상하는 제주의 전경과 그곳에서 맞는 제주의 바람은 뭔가 특별하다.
중산간 지방을 갈 땐 항상 들르는 곳이 나목도 식당이다. 제주도에 있는 고깃집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 하지만 제주시에서 먼 관계로 자주 가지는 못한다. 여기를 갈 때면 늘 배터지게 먹고 온다.
가시리는 원래부터 돼지고기의 맛이 좋기로 유명한 곳, 그곳에 있는 이 식당은 저렴하면서도 고기 맛이 좋다. 이 집의 인기 품목은 갈비대. 하지만 돼지를 잡은 그 날 거의 다 팔려버려 운이 아주 좋지 않은 이상 맛보기 힘들다.
그 다음으로는 주로 생고기를 먹고, 양념구이를 시켜 밥과 함께 볶아 먹는 게 주 코스이다.
저녁 식사까지 모두 마쳤다면, 정석항공관 길을 달려보자. 차들이 많지 않아 한가로운 그 길은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2일째와 3일째는 시리즈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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