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위한 제주도 2박 3일 여행 추천 코스, 2일째는 다음과 같다.
2일 : 정방폭포 - 이중섭 거주지 - 갤러리 카페 미루나무 - 기당미술관 - 외돌개 - 강정천 유원지 - 약천사 - 아프리카박물관 - 중문해수욕장
제주도엔 유명한 3대 폭포가 있다. 천지연 폭포, 천제연 폭포, 정방폭포가 그 것이다. 고등학교 때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왔었는데, 그 때도 이 3대 폭포를 다 돌았다.
이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폭포는 정방폭포이다.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 줄기는 물론, 폭포에서 내린 물이 바로 바다로 흘러드는 데 그처럼 멋진 광경이 없다. 그 폭포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뼈 속 깊은 곳까지 시원해짐을 느낄 수 있다. 폭포와 가까운 곳까지 내려서면 떨어지는 물 줄기가 얼굴에 와 닿는다.
단 이쪽은 돌들이 많아 미끄러울 수도 있으니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하이힐이나 구두를 신고 바위까지 내려가는 건 금물. 비록 구두를 신고간 건 아니었지만 바위 위에서 미끄러져 바위와 바위 틈 사이에 끼어 몸이 V자로 접히는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허리가 좀 아팠지만 너무 창피해서 발딱 일어선 기억이다.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머리라도 잘 못 부딪쳤다면 크게 다쳤을 것이다.

정방폭포와 가까운 곳에 이중섭 거주지가 있다. 그 옆엔 이중섭 미술관도 있지만 이중섭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실망을 하고 올 지도 모른다. 이중섭의 작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중섭과 그의 아내 남덕이 주고 받았던 편지가 주로 전시돼 있으므로 이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들려도 좋다.
이중섭 거주지는 이중섭이 제주에 내려와 살 때 머물렀던 곳이다. 아주 작은 한 칸짜리 방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던 이 때가 이중섭에겐 행복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 방 한 칸에는 아무 것도 없이 이중섭의 사진과 시 한 편이 벽에 붙어 있다.

이중섭 미술관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곳이 미술관 옆 갤러리 카페 '미루나무'이다. 이중섭 거주지 바로 아래, 미술관의 옆 골목에 위치한 미루나무에는 '중섭방'이 있다.
이중섭의 초상화와 은박지화, 그리고 백석 시인의 '흰 바람벽이 있어'라는 시가 벽에 붙어 있다. 작고 아기자기한 이 방에 앉아 있으면 절로 글이 써지고,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안개를 좋아하는 주인장 덕에 근처에 안개가 잔뜩 낀 날이면 부러 카페 문을 열어 놓아 안개를 안으로 들인다고 한다.

미루나무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기당미술관이 있다. 400원이라는 저렴한 입장료에 그닥 기대를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전시 작품들은 훌륭하다. 특히 변시지 선생의 작품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는데, 그 그림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400원의 입장료는 너무 적지 않은가 생각된다.
이 곳에 전시된 변시지 선생의 작품들은 주로 제주를 그린 것들이다. 제주 출신의 선생님이 바라 본 제주의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가슴 속 깊은 곳이 울린다. 너무 쓸쓸하고, 외로워 보여서. 그림을 보면서 고흐를 떠올린 건 나 뿐만은 아닐 것 같다.
사람들은 제주를 평화로운 곳, 낭만적인 곳, 여유로운 곳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제주민들의 삶에는 혹독한 시련과 외로움, 거친 풍파가 끊이지 않았다. 변시지 선생의 그림들에선 그런 제주의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다.

외돌개의 바다는 그야말로 뛰어들고 싶을 정도로 맑고 투명한, 아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빛 바다이다. 날 좋은날 해안가를 쭉 둘러 걷다보면 이래서 사람들이 바다에 뛰어드는 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바다빛에 그저 감탄에 감탄만 할 뿐.
또 이곳에서 보는 한라산의 전경 또한 멋지기 그지 없다. 눈 내린 뒤의 한라산은 더 멋진 풍채를 드러내기 마련이다.

강정천 유원지는 사실 화가 나는 곳이다. 별로이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아름다운 곳인데, 이곳에 해군기지를 유치하려 하기 때문이다. 강정천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감탄과 함께 화도 치밀어 올랐던 건 그 때문이다.
강정천은 계곡물이 흘러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여름,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발이 시려울 정도로 차가움을 느낄 수 있고, 바닷가를 향해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면 시야가 확 트이는 멋진 풍경을 만난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하늘과 바다를 만날 수 있는 곳, 더 뭐라 아름답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약천사는 정말 특이한 절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취를 느끼게 해주는 절은 이곳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다른 절들의 고용하고, 위엄있는, 또는 정다운 그런 절의 분위기와는 달리 야자수와 감귤이 주렁주렁 달린 귤나무와 어우러진 절을 보다 보면 이곳이 정말 절이 맞나 싶기도 하다.
동남아권을 가본 적은 없지만 동남아의 풍치가 가득 느껴지는 그런 곳이다.

중문관광단지를 돌아다니다보면 눈에 띄는 건물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젠네대사원을 본 떠 만든 황토색의 특이한 모양을 지닌 아프리카박물관인데, 사실 처음에는 무시하며 가지 않았었다. 아프리카박물관에 뭐가 있겠어, 가서 뭐 볼 거나 있겠어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박물관을 들어가보고는 그동안 왜 오지 않았는지 뼈저리게 후회했다. 무엇보다 사진작가 김중만이 아프리카에서 찍어온 사진들이 박물관 1층에 가득 전시돼 있는데, 그림들마다 야생 동물 그 이상의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2층에는 아프리카의 각종 마스크와 문화생활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것들이 전시돼 있고, 특히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하루 3번 진행되는 아프리카 민속 공연이다. 그 젬베 리듬 공연은 짧은 시간이지만 흥겨움을 한껏 느끼게 해준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중문해수욕장과 하얏트 호텔 뒤쪽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2일째 여행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다.
혹시 테디베어를 좋아한다면, 테디베어뮤지엄도 들를만 하다. 그냥 인형이 아니라 다양하고 값진 테디베어들이 즐비한 곳이므로.
2009/09/14 12:54
2009/09/14 12: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