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동일주도로행 버스를 탔다. 언젠가 지나며 봤던 작은 마을을 꼭 찾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혹여 한 눈 팔다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창 밖을 내다봤다. 드디어 눈에 익은 마을이 나타났고, 그곳은 '동복리'였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로 내려갔다. 마을은 아무도 살지 않나 싶을 정도로 고요했다. 돌아다니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조용한 마을에서 낯선 이가 찾아와 사라진다 해도 흔적도 남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에.
마을은 바다와 아주 근접해 있었다. 그것도 깊은 바다가 바로 눈 앞에 펼쳐지는 그런 곳이었다.
사진의 포커싱이 맞지 않았지만 이 사진이 오히려 마을의 분위기를 잘 전해주는 것 같다.
고요하고, 아늑하면서도 꿈꾸는 듯한 그런 분위기 말이다.
나는 제주의 단층집과 돌담과 파란 지붕들이 참 마음에 든다.
동북리 마을은 어디에서나 바다가 꽤 잘 내다보이는 편이다.
이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어느새 바다에 당도하게 될 터이다.
마당에 널려있는 빨래들을 보면 참 반갑다.
그 반가움의 이유는 마당이 사라져버린 도시에서 살다보니 가지게 된 애틋함일 지도 모르겠다.
대문도 없이 열려있는 집. 마당이 다 들여다 보인다. 개는 낯선 이를 보고도 짓지 않고 그저 여유롭기만 하다.
전봇대에 매달아 놓은 우편함. 예전에는 우편함이라는 곳이 참 소중했는데, 요즘 이쪽으로 날라드는 건 카드고지서와 광고 전단지들 뿐이다.
자필로 쓴 엽서 한 장, 편지 한 통 기다리고 있을 우편함이 애처롭다.
지붕보다 낮은 돌담들은 도시에 사는 우리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는 왜? 무슨 이유로? 서로 서로 담을 쌓으며 살아가는 걸까.
이렇게 훤히 내다보여도 괜찮을 세상인데.
제주 돌담 사이로 한 집의 내부가 보인다.
제주의 집들은 살고 있는 모습들을 그저 다 보여준다. 응큼한 마음이 든다기보다는 그래서 오히려 친근하고, 엄숙하다.
돌하르방이 서있는 작은 초등학교 옆에 붙어있는 집. 이 집은 행운을 얻은 것일까?
제주의 돌담으로 이뤄진 작은 골목길.
낯선 곳이었지만 그래도 행복하고, 아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