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를 찾아 떠난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당연하게도 고흐가 삶을 마무리한 오베르 쉬즈 우아즈였다. 파리 근교에 있는 한적한 마을.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이자 꼭 가보고 싶으면서도 뭔가 두려운 그런 곳이었다.
파리 북역으로 가 퐁투아즈행 기차를 탔다. 1시간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아 퐁투아즈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내려 다시 오베르 쉬즈 우아즈행 기차로 갈아탔다. 20여분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그 곳에 오베르 쉬즈 우아즈가 있었다.
기차역에 내리니 멀리 오베르 교회가 보였다. '아 내가 정말 오베르 쉬즈 우아즈에 왔구나'라고 실감되는 순간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조심히 내딛으며 고흐의 흔적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오베르 쉬즈 우아즈는 그 어느 곳보다도 고흐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잠깐 한 눈을 팔면 놓쳐버리고 마는 곳, 하지만 조금만 돌아서면 다시 찾을 수 있는 곳.
고흐의 동상이 있는 아담한 공원. 고흐라고 하기에는 너무 날카로워 보이지 않나 싶다. 홀로 외로이 서있는 걸 보니 쓸쓸함이 밀려온다.
오베르의 시청이 그림과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누구라도 그냥 지나쳤을 이런 관공서가 고흐의 그림 때문에 살아난다. 오베르의 시청은 오베르에 있었기에 제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시청 바로 앞에 있는 라부 여인숙. 실제하고 있는 공간임에도 그저 그림 같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딱히 건물이 예쁜 것도 아닌데, 이미지의 힘이라 할까?
라부 여인숙에 오르니 고흐가 묵었던 방을 공개하고 있다. 어두운 계단을 지나 쪽빛 햇살이 비치는 아주 작은 방. 침대와 의자 정도만 놓여있었을 이 곳이 고흐가 묵었던 곳이라니.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벅차 올랐다.
나무들이 우거져 그림과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계단이나 멀리 보이는 빨간 집들은 그림 그대로였다.
오베르 쉬즈 우아즈를 방문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곳이 바로 이 곳이다. 하필이면 이 때 보수 공사를 하고 있어서 제대로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림 속 성당이 실제하고 있는 걸 보니 그 감동만큼은 어찌할 수 없었다.
오베르 성당에서 조금만 오르면 고흐와 태오가 잠든 공동묘지가 나온다. 화려할 것도 없이 그저 나란히 묻혀있는 형제들의 무덤은 그저 소박했다.
그들이 살아온 삶의 흔적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은 그러면서도 늘 서로가 의지하는 그런 모습이다.
고흐의 무덤을 볼 때보다도 이 밀밭에 이르렀을 때가 더 벅찬 감동을 안겨 주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아련함까지.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 하늘과 맞닿은 그 풍경이 그렇게 멋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또 그토록 슬플 줄은 몰랐다.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은 닿을 수 없는 어떤 먼 곳에 대한 동경심과 기대를 안게 한다면, 이런 지평선은 아득한 그리움이 전해져온다.
고흐는 이 곳에서 과연 무엇을 봤던 것일까.
고흐를 찾아 떠난 여행은 오베르 쉬즈 우아즈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설레임만으로 시작했던 이번 여행에서 나는 고흐의 흔적들을 찾아 다녔지만 고흐를 이해했는 지는 잘 모르겠다. 같은 곳을 바라봤지만 내가 본 풍경도, 내가 느낀 감정도 달랐기 때문이다.
같은 곳을 본다고, 같은 감정을 느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저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봤다는 것, 같은 곳에 있었다는 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라는 것, 그게 중요한 게 아닐까.
고흐를 찾아 떠난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