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을 할 땐 꼭 필요한 짐만 간단히 챙겨가는 게 좋다.

물건에 대한 미련을 많이 버리고 간 것 같은데, DSLR과 폴라로이드를 함께 담았다. 폴라로이드를 꼭 찍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여행을 하다보니 폴라로이드를 꺼내든 건 일정의 막바지쯤이었다.

그 사진들을 모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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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르 쉬즈 우아즈에 있는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의 배경이 된 곳. DSLR이 아니라 폴라로이드에 이 곳을 꼭 담아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혔다.

그림과 최대한 비슷한 사진을 찍기 위해 필름을 몇 장이나 버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 순간만은 필름이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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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한 지하철역. 기차를 기다리다가 이 곳의 풍경이 마음에 들어 또 셔터를 눌렀다.

기찻길도 좋아하고, 파란 하늘도 좋아하는데 그 둘이 함께 있으니 어찌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해지는 오후의 이 애매한 풍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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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것 말고 그저 공원에 앉아 여유도 느껴보고 싶었다.

비가 오다 햇빛이 쬐는 오락가락한 날씨. 마치 구멍이 난 것처럼 흰 구름에 둘러싸인 파란 하늘을 보니 그 공간을 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파란 하늘만 보면 상투적이게도 거기에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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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풍성한 나무와 그 아래 놓인 벤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앉아 있다면, 아니 굳이 둘이 아니라 혼자여도 그곳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면 부러울 게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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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성당 앞에는 오늘도 사람들이 한 가득이다.

한 여인을 사랑한 꼽추는 아직도 저기 어딘가에 숨어 있을까.

파란 하늘 아래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성당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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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느강의 물은 더러웠다라고 누구나 말하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낭만까지는 어찌 부정할 수 있으랴.

유람선을 탄 사람들에게만은 최대 낭만의 공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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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철근 구조물. 이게 낭만일 수 있는 것도 파리의 힘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파란 하늘과 에펠탑은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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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뜨 언덕에 있는 사크레꾀르 성당.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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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마르뜨 언덕에는 그림 그리는 화가들이 많다. 그 곳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게 사기치는 사람들도 많다.

어리숙하게도 거기게 걸려들었다. 점잖아 보이기에 열정이 넘치는 노신사 쯤으로 생각한 내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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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 루즈. 그 시대 화가들이 사랑했던 낭만은 사라졌을 것만 같아 들어가기 겁나는 곳이다.

로트렉은 지금의 물랭 루즈에도 머물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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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랭루즈의 가벼운 풍차보다는 소박한 이런 풍차가 더 마음에 들었다.

나무에 가려 조금만 모습을 드리우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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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달팽이 요리는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소르본느 대학 앞에서 저렴하게 해결했다.

저렴한 가격에 맛은 좋아 만족스러웠다.

달팽이가 집게에서 자꾸 달아나 조금 먹기 어렵긴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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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주리 미술관 앞에 있던 로댕의 키스. 물론 복제품이겠지?

비 쏟아지는 거리에서 그래도 카메라를 꺼내게 만든 키스.

여행은 시작부터 끝까지 낭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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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7 16:09 2009/10/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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