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타임스'는 무서운 책이다. 아니 세상이 무섭다는 걸 다시 한 번 알려준 책이다.

이사카 코타로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가벼워 보이지만 다루는 주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사카 코타로가 꾸준히 제기하는 문제는 거대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이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고, 그것에 조정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로 인해 곤경에 처하고 영웅이 되는 이야기들을 각기 다른 목소리들로 해왔다.

'모던타임스' 역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의식적으로 행한 행위가 어떻게 시스템에 의해 감시되고, 통제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야기하는 매개체가 이번에는 '검색'이다. 최근 검색 서비스가 발전해 온 걸 생각하면, 그것들은 내게 맞춰서 최적화돼 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단지 편리하다고 생각하기에는 검색 서비스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쉽게는 내가 검색하는 주제에 맞는 타켓팅 광고가 노출되는 것이고, 좀 더 복잡하면 이전에 검색했던 내용과 관계있는 연관 검색어들을 찾아주고, 검색을 통해 관련 있는 다른 검색으로 끊임 없이 유도하기도 한다.

아무런 생각 없이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은 끊임없이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하고, 좀 더 맞춤화된, 또는 소비를 일으킬 수 있는 검색으로 유도한다.

그리고 이런 특정한 조합들로 그들을 통제하고 '입막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던타임스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도 특정 단어와 특정 단어를 함께 검색하는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거나 사라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 진실에 접근해 가는 이야기를.

시스템은 언제나 영웅과 주적을 원한다. 우리는 그것을 알지도 못한 채 영웅을  떠 받들고, 주적을 욕한다. 그 영웅이 사라지면 또 다른 영웅이 등장하고, 그 주적이 사라지면 또 다른 주적이 등장한다. 그렇게 어리석은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다.  'MB OUT'이라는 구호는 얼마나 허무맹랑한가. 마치 이명박이 물러나면 세상의 잘못된 것들이 다 바로잡힐 듯한 이미지를 심어주지만 이명박이 탄핵 당한다해도 달라지는 건 없다. 그저 이명박을 끌어내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쉽게 만들어낸 이미지화, 단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단 기간의 광고로 이익을 내고 싶어하는 저렴한 상업성과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상상하고,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운동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여튼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이 책의 핵심은 단 2페이지만으로 설명 가능하다. 그 내용을 옮겨 보면 이렇다.
"아이히만은 유대인을 담당하는 부서 과장이었어. 뭐, 관리직 비슷한 위치였던 거지. 학살 책임자로 취급되면서 교수형을 당했지만, 뭐, 결국 그 인간 역시 지극히 평범한 독일인으로 단순한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을 뿐이라는 말도 있어."
"단순히 임무를 수행했다니, 책임 회피 아니야? 유대인이 죽어간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을 거 아니야."
"뭐, 그런데 귄터 안더스라는 인간이 그 아이히만의 아들한테 보낸 편지가 있는데, 거기에 재미있는 게 실려 있어."
"네 아버지는 학살 책임자다! 하면서 따졌어?" 나는 농담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감정적인 게 아니야. 오히려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니까. 안더스의 편지에 빈번히 나오는 표현이 있는데 '괴물'과 '기계화'야."
"괴물?" 나는 되물었다.
"요컨대, 수백만 유대인을 양심의 가책조차 느끼지 못한 채 공장에서 상품을 만들듯 차례차례 살해했다는 사실, 그 사실을 괴물 같다고 표현했지. 그 괴물 같은 행위가 어떻게 가능했는가 하는 문제는 이 세상이 기계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거야."
"기계화란, 기술적인 자동화를 뜻하는 건가?" (중략)
"뭐, 좁은 의미에서는 그렇지. 많은 제품을 제조하고 관리 기구를 만들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거니까. 기술력, 시스템화가 진행돼. 그러면 말이야. 분업화되면서 인간은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작업만 하게 돼. 당연히 작업 공정 전부를 보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지 알아?"
"단순한 부품이 되지."(중략)
"다시 말해서 사람은 상상력과 지각을 잃게 돼. 안더스는 그렇게 단정했어."
"상상력과 지각을 잃는다?"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그 효과가 거대해지면 인간에게서는 전체를 상상하는 힘이 깡그리 사라져. 가령 그 '거대해진 효과'가 끔찍한 일이라고 치자. 수백만 명을 가스실에서 죽이는 거라 치자고. 그 경우, 세분화된 작업을 맡은 사람에게서 사라지는 것은 '양심'이야."

당장 눈 앞에 닥친 내 일에만 빠져 전체를 상상하는 힘을 잃는 것, 상상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두렵다. 그렇게 사람들에게서 사라지는 양심이...

단지 내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나는 어떻게 해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해봐야 한다.

모던 타임스 - 10점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하나자와 겐고 그림/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2010/02/26 00:37 2010/02/26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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