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2년 전이다. 친구와 함께 유럽 여행을 가기로 했고, 그래서 정한 나라가 스페인이었다. 원래는 스페인 토마토 축제에 가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친구의 일정상 스페인 대신 독일에 다녀와야 했다.
그 다음해 좋아하는 감독인 우디 알렌의 영화 '내 남자의 여자도 좋아'가 개봉했다. 이 영화의 원제는 'Vicky Cristina Barcelona'이다. 비키와 크리스티나가 주인공이며, 무대는 바르셀로나이다. 영화를 보면서 바르셀로나에 무척이나 가고 싶어졌다. 이 때 나를 매료시켰던 건 파밀리아 성당이었다. 120년 넘게 짓고 있는 건물, 아직도 진행 중인 미완성의 성당. 미완이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그 성당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스페인 대신 네덜란드와 남부 프랑스를 다녀왔다. 갑자기 고흐의 그림을 보고 싶은 욕망이 더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올해 드디어 계획에도 없던 스페인을 다녀오게 됐다. 바르셀로나와 그라나다, 마드리드 3개 도시 중 기억에 남는 곳은 바르셀로나가 전부다. 또 바르셀로나에서 기억에 남는 건 가우디가 전부다.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가우디의 흔적을 찾는 일도 재미있었고, 가우디 작품의 세세한 면을 발견하는 건 감동이었다.
구엘공원은 바르셀로나의 높은 언덕에 위치해 있다. 이는 상당한 오르막길을 의미한다. 다행히도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말자.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며 내다보는 바르셀로나 시내도 충분히 멋진 풍경이다.
구엘공원은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의 요청에 따라 짓기 시작한 것으로 원래는 전원주택을 지어 스페인 부유층에게 분양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자금난으로 인해 완성 시키지 못하고, 후에 바르셀로나시에서 사들여 공원이 됐다.
부유층들은 뭔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사는 게 꿈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선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 눈에 내다보이니까.
구엘공원 정상으로 오르는 길. 나선형 돌담길은 무언가 멋진 것을 만나게 될 거라는 기대감을 심어준다.
정상에는 십자가 2개가 세워져 있다. 가우디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다. 맑은 날보다는 약간 흐린 날이라 십자가가 더 웅장해보였다.
깨진 타일 조각, 접시 등을 이용해 만든 가우디만의 이 독특한 문양들은 재밌고 화려하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 모양을 이루고 있는 모습들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섬세하고, 치밀하고, 계산적이다.
돌을 이용해 만든 기둥과 성벽을 보고 있자니 소름이 끼치는 것 같다. 다른 이들이 그저 돌기둥만을 생각할 때, 가우디는 돌의 모양을 유지하면서 기둥을 세우고, 그것들이 또 멋진 모양을 만들게끔 했다. 모양을 만들고, 견고함, 균형성 등을 다 고려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을 것이다.
동화에나 나올 법한 알록달록한 건물들은 마치 헨젤과 그레텔의 과자집을 연상시킨다. 보는 것만으로도 달콤한 건물들이다. 구엘의 전원 도시가 완성됐다면 이곳이 입구가 돼 경비들이 서 있었을 거라 한다. 완성된 전원 도시의 모습들이 자뭇 궁금해진다.
창문과 창틀에서도 세심함을 빼놓지 않았다. 동글동글한 모양들은 마치 달콤한 사탕 같아서 군침이 돈다. 파란 창문은 정교한 창틀 덕에 완성도를 더한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방범창들이 만약 이런 모양으로 지어졌다면 혐오스럽지 않으면서도 안전까지 꾀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가우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는 구엘공원은 섬세하면서도 웅장하고, 동화 같으면서도 어른스러운 그런 다양함들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넓은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가우디를 찾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금방 흘러가버리고 만다. 구엘공원이라기보단 가우디공원이라 불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예술가들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후원자도 필요하고, 바르셀로나시처럼 행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작품, 예술품들에서까지 후원자들의 이름을 발견하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