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려는 데 눈 앞에 믿기지 않는 풍경이 펼쳐졌다. 버스들이 주르륵 줄지어 서있는 게 아닌가. 처음엔 신호 대기 중인가 했는데, 줄이 예사롭지 않았다. 양재역쪽에서부터 뱅뱅사거리를 지나 강남역 있는 곳까지 버스가 길게 늘어서 있었다. 기차도 이렇게 길진 않으리..
버스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양재역에서 뱅뱅사거리 부근.
일단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는데, 길게 늘어선 모습이 잘 표현이 안됐다. 아무튼 저 멀리 보이는 점까지 죄다 버스다.
이 광경을 보면서 든 생각.. "운수가 멈추면 세상을 바꾼다" 버스, 지하철, 택시, 화물, 기차 이 모든 운수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파업을 벌인다면 정말 세상을 바꿀 수도 있지 않을까?
당장 돌아오는 16일에도 철도노조와 화물연대가 파업을 예고했다. 철도는 1인 승무 등 구조조정 철회와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의 직접고용 등을, 화물은 노동기본권 보장과 표준요율제(운송구간 별로 최저 운송료를 정해놓는 것을 말한다)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전에도 철도와 화물은 공동 파업을 시도했었으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이들은 반드시 공동 투쟁을 해야만 한다. 철도가 파업하는 데 화물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철도에서 운송해야 할 화물을 화물트럭 등이 대체 운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물 파업에 철도가 동참하지 않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파업을 하기 전, 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 교섭이 타결되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이 파업을 선택해야 한다면 이번에는 꼭 공동투쟁이 성공하길 빈다.
p.s 철도와 화물의 요구를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1인 승무는 철도뿐 아니라 지하철에서도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첫번째 요소이다. 현재 도시철도의 경우 1인 승무를 행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번잡한 지하철에서 승객들이 안전하게 타고 내렸는 지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또 객차 내에서 사고가 생겼을 경우, 이를 수습하기에도 1명으로는 모자람이 있다. 승강장 추락 사고의 경우도, 기관사가 직접 사고 수습을 해야하는 데, 사고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열차를 운행해야 하는 문제점도 있다.
대구지하철 화재 사건도 1인 승무가 아닌 2인 승무였다면 사고가 더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들 한다. 밥그릇 싸움이 아닌 바로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 1인 승무 저지는 시민들이 함께 이뤄나가야 하는 것이다.
KTX·새마을호 승무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은 너무 당연한 얘기라 말할 것도 없다.
화물의 경우도 화물노동자들을 특수고용노동자로 따로 분류해 노동기본권인 노동 3권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노동기본권은 어디까지나 단결권, 단체행동권, 단체교섭권 이 3가지가 한 덩어리이지 저들이 말하는 것처럼 노동 2권 노동 3권 등으로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다. 언어 유린으로 기본권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