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는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공유한다. 그 안에서 살아 남았다는 사실은 그들에게 감격 그 이상이었고, 어떤 험난함 속에서도 살아갈 힘을 줬다. 그래서 그들은 파란만장한(과연 이 단어만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현대사를 묵묵히 견뎌냈다.
386세대라고 불렸던 세대는 5.18과 6월 항쟁을 공유한다. 그들은 그 시대를 겪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그 잔인함 앞에서 살아 남았다는 사실에 또 부끄러워 하기도 한다. 그들의 태도는 크게 두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부끄러움 혹은 죄책감을 애써 외면하며 살거나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해보려 안간힘을 쓰며 살거나 하는 방식으로.
두 세대들은 모두 국가, 체제로부터 비롯된 폭력을 경험한 세대들이다. 그들이 폭력을 겪은 후, 어떤 삶을 선택했는가에 따라 존경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분노가 일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에게선 존경, 동경, 연민 등을 느낄 수 있다. 거대한 폭력 앞에 그들은 살아남았고, 또 맞서 싸우기도 했고,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속한 20대(세월이 흐를수록 포함되는 30대가 늘어난다)는 선배 세대들에게 구박과 무시를 당하는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흔히 젊은 세대들에게는 희망을 보기 마련인데, 그것을 발견하기 전 실망했다고나 할까? '너네는 왜 그 모양이냐?'라는 말이 20대를 겨냥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20대는 그 어떤 것에도 대항하지않고, 학력과 이력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바리케이드를 치고, 짱돌을 들기는 커녕 투표권마저 포기한다. 이전 세대들이 얻기 위해 싸웠던 것들이 거저 주어졌음에도 포기해버리고 만다. 그렇게 꿈도 희망도 없는 도서관 아이들이, 20대의 모습이 돼버렸다.
나 역시 20대에 속하지만 20대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다. 하지만 이 글에선 그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니 우선 제쳐두겠다.
왜냐하면 이 글은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고 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 세대들이 부러웠다. 내가 직접 5.18을, 6월 항쟁을 겪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시대를 변화시키려 했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도피했고, 누군가는 계속 맞서 싸웠고, 누군가는 새로 태어났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해 간 그들이 대단해 보였다. 어떤 길을 택했든 그것은 누구에게나 고통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들은 결국 그들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을 재구성했기에 나는 그것이 부러웠다. 그리고 그런 세대들을 보면서 어쩌면 20대들은 소외감을 느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도 없고, 계엄령도 없는 사회에서 현재의 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 자신을 비하하면서 살아간다. 나는 이것밖에 안돼서 좋은 대학을 갈 수 없다거나 내가 못나서 취업을 못하고, 비정규직 신세라며 자신을 탓한다. 그러면서 스스로 도서관에, 학원에 갇힌다. 나는 그 때 5월, 광주에 있었다거나 6월을 기억한다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거리도 없다. 기껏 자랑스럽게 이야기해봐야 2002년 월드컵 때 거리 응원에 나섰다 정도일까?
모두들 20대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무능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20대는 외롭다. 함께 살아갈 동료 세대들은 모두 경쟁자이기에 함께 힘을 합치자고 이야기하기도 두렵다. 결국 세상에 나 혼자라는 깨우침을 얻고,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하기에는 이 시대가 너무 어렵기만 한다. 뚜렷한 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뒤쳐지지 않기위해 싸운다. 그래서 20대들은 이미 20대를 살다간 세대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낀다. 잘 나가는 친구와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비교하는 기분이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20대들에게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변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미 한 시대를 살다간 세대들의 경험담과 조언도 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능한 20대를 탓하고, 무시하기보다 그들을 감싸고 이해하면서 당신들이 느꼈던 혼자라는 외로움에 대해 공감하게 해주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 테면 책에 나오는 아래와 같은 감정이다.
어둠 속에 머물다가 단 한 번뿐이었다고 하더라도 빛에 노출되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평생 그 빛을 잊지 못하리라. 그런 순간에 그들은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됐으므로, 그 기억만으로 그들은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여행을 시작한다. 과거는 끊임없이 다시 찾아오면서 그들을 습격하고 복수하지만, 그리하여 때로 그들은 사기꾼이나 협잡꾼으로 죽어가지만 그들이 죽어가는 세계는 전과는 다른 세계다. 우리가 빠른 걸음으로 길모퉁이를 돌아갈 때, 침대에서 연인과 사랑을 나눈 뒤 식어가는 몸으로 누웠을 때, 몇 개의 문장으로 자신의 일생을 요약한 글을 모두 다 썼을 때, 그럴 때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과거는 몇 번씩 그 모습을 바꾸었고, 그 결과 지금과 같은 모습의 세계가 탄생했다. 실망한 사람들은 새로운 시대, 거대한 변혁의 시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살아갈 뿐이다. 그들은 그렇게 살아가도록 내버려두자! 그들에게는 그들의 세계가 있고, 우리에게는 우리의 세계가 있다. 이 세계는 그렇게 여러 겹의 세계이며, 동시에 그 모든 세계는 단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믿자! 설사 그 일이 온기를 한없이 그리워하게 만드는 사기꾼이자 협잡꾼으로 우리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세계가 바로 우리에게 남은 열망이므로.
지금의 20대는 어둠 속에 머물고 있을지언정 빛에 노출되어본 경험을 가진 사람은 너무 적다. 20대에게는 경험과 위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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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 김연수 지음/문학동네 |
2010/07/16 14:11
2010/07/16 1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