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다. 영화를 볼 땐 잔인한 장면들 때문에 별로 생각하지 못했는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 무서운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내 안의 악마를 마주 보게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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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국정원 요원인 수현(이병헌)의 약혼녀가 연쇄살인마 장경철(최민식)에 의해 처참히 살해당한다. 이에 수현은 장경철이 범인임을 알아내 그를 찾아다니며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단순한 복수가 아니다. 장경철을 찾아 한 번에 죽이는 식의 복수가 아니라 잡았다가 고통을 더한 뒤 풀어주고, 다시 잡아서 고통을 준 뒤 풀어주는 방법을 되풀이한다. 연인이었던 주연이 당한만큼 되돌려주겠다는 뜻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잔인한 묘사들이 이어져 보기 힘든 것만은 사실이다. 일단 나는 눈을 질끈 감지 않고 보기는 다 봤지만 그 고통을 상상해야 한다는 게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 앞에서 언급했던 내 안의 악마를 마주 보게 만들었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악마를 보았다'는 '보복주의적 형벌'에 수긍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잔혹하며, 죄의식이라고는 가지고 있지 않은 장경철이 그냥 자수를 하고 만다면? 그는 설사 사형수가 된다 할지라도 큰 고통없는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말도 안되는 억울한 일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100이라는 고통을 준 뒤 자신은 10 정도의 고통도 채 맛보지 않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영화가 거의 막바지에 이를 때 쯤이면, 장경철은 자수하겠다고 전화를 한 뒤 경찰서(또는 경찰청) 앞에 서 있다. 온 몸에 피칠을 한 그는 마치 승리자인냥 칼을 쥔 양 손을 번쩍 쳐들고 하늘을 바라본다. 그 때,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그가 경찰서에 들어가지 말았으면 한다라는 것일 테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빨리 수현이 도착해 그를 잡아가주길 못내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리 영화라 할지라도 잔인한 살인마, 미치광이 살인마를 그냥 이대로 교도소로 향하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장경철에게도 극한 고통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내심 수현을 응원하고 있었다.

결국 이것이 우리 안의 깃든 악마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는 짐승을 잡기 위해 짐승이 된다는 대사가 나오지만 그를 짐승으로 보지 않는 우리들 역시 악마가 아닐까?최근 일어났던 아동 성폭행 범죄자들을 향한 우리들의 분노는 무엇이었나? 우리가 그 범죄자에게 원했던 형벌이 무엇이었는지 잘 생각해보자. 그것은 철저한 보복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유 없는 잔인한 범죄에 대해 우리는 분노한다. 그리고 그 죄인이 적절한 형벌을 받기를 원한다. 그냥 징역형이 아니라. 우리가 나서 그 일을 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복수할 충분한 이유를 가진 누군가가 그렇게 하겠다면, 우리는 아마 눈 감을 지도 모른다. 마치 수현이 잔인한 복수를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고, 방치한, 어쩌면 동조한 주연의 아버지처럼.

'악마를 보았다가'무서운 건 바로 그 때문이다. 보복주의에 대해 동감하게 만들기 때문에. 내 안의 악마를 마주보게 만들기 때문에.


p.s 무대인사에서 배우들이 당부한 말
이병헌 "잔인한 장면들보다는 배우들의 감성을 따라가다보면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합니다."
최민식 "남자친구랑 오신 여성분은 손 꼭 붙잡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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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2 14:51 2010/08/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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