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페에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뭘까요? 아이돌 가수들의 댄스곡? 돌아온 손담비나 보아의 곡? 물론 이런 음악들도 자주 흘러 나오지만, 최근 유행하는 대히트곡이라고 한다면 단연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일 겁니다. 명곡임은 분명한데, 이상하죠? 이렇게 오래된 곡이 요즘 유행을 타고 있으니까요. 물론 많은 분들이 그 이유를 아실 겁니다. 바로 영화 '인셉션'의 흥행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죠. 영화에서 이 음악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전면에 깔리고 있으니까요.
영화를 볼 땐 좋아하는 음악이 나와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그 음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도 왠지 기쁘더군요. 그런데 그 이후,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이 음악을 듣고 있자노니 조금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Non, Je Ne Regrette Rien'을 그저 인셉션의 OST,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꿈임을 알려주는 상징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단지 인셉션만을 떠올리기엔 'Non, Je Ne Regrette Rien'은 너무 안타까운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라비앙 로즈'의 포스터
이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아마 영화 '라비앙 로즈'를 보신 분들은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라비앙 로즈에서 에디트 피아프로 열연했던 마리온 꼬띨라르가 인셉션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부인 역할로 나오기도 했죠.
에디트 피아프는 물론 당대 프랑스 최고의 가수였습니다. 만인의 연인이었고, 파리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에디트 피아프의 삶은 그렇게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도 숱한 고난이 닥쳤죠. 특히 운명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바쳤던 에디트 피아프에게서 그 사랑을 뺏어갑니다.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에디트 피아프의 대표적인 곡을 뽑자면 아마도 'La Vie En Rose'와 'HYMNE A L'AMMOUR' 그리고 'Non, Je Ne Regrette Rien'일 것입니다. 이 세 곡이 사랑받는 이유는 이 곡들이 에디트 피아프의 삶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간단히 한 곡씩 알아보겠습니다.

La Vie En Rose
'La Vie En Rose'는 이브 몽탕과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감정에 대한 노래입니다. 에디트 피아프가 15분만에 노래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여기에도 여러 가지 설이 등장합니다. 작사만 했다는 설과 작사, 작곡 모두 했다는 설 등. 중요한 것은 에디트 피아프가 사랑에 넘쳐 이 곡을 불렀다는 것이겠죠. 우리에게는 '장미빛 인생'이라는 제목으로 더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이브 몽탕은 에디트 피아프의 제자였고, 또 애인이었습니다. 이브 몽탕을 스타로 만들어준 게 에디트 피아프인 거죠. 그녀는 엄격하게 그에게 지시했고, 그는 그녀를 잘 따랐습니다. 하지만 스타가 된 이브 몽탕은 그녀를 버리고 맙니다. 한 마디로 '배신'이죠. 자신의 노래에 대해 사사건건 간섭하는 에디트 피아프에 지쳤는 지도 모르지만요. 어쩄든 에디트 피아프는 상처 받았고, 이브 몽탕은 가수로도 배우로도 성공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가장 열정적이고, 애절했던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은 마르셀 세당일 것입니다. 라이트급 세계 챔피언 권투선수였던 마르셀 세당은 당시 유부남이었지만 둘은 그에 게의치 않았습니다. 서로 뜨겁게 사랑했고, 에디트 피아프도 그에게 이혼을 요구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오로지 그 둘만 보였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그들에 대한 비난도 컸을 테니까요. 영원할 것만 같던 그들의 사랑도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끝나버리고 맙니다. 아니, 어쩌면 끝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르셀 세당과 에디트 피아프
1949년 미국에서 공연 중이었던 에디트 피아프는 프랑스에 있던 마르셀 세당에게 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그녀를 만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탔고, 그 비행기의 추락으로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연인이 자신을 만나러 오다가 죽음을 맞게 됐으니 에디트 피아프의 충격과 상처는 상당히 컸을 겁니다. 그 때 그녀가 만든 노래가 'HYMNE A L'AMMOUR', 우리에게 사랑의 찬가로 알려진 곡입니다. 마디마디마다 묻어있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기에 충분했죠.
Non, Je Ne Regrette Rien
이 외에도 에디트 피아프는 수많은 사람들과 사랑했고, 버림 받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상처 받았고, 술과 담배와 마약 등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습니다. 또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도 그녀를 그냥 놔두지 않았죠. 그녀는 차츰 병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그녀의 팬이 찾아와 건네준 곡이 바로 'Non, Je Ne Regrette Rien'입니다. 그녀는 곡을 듣자마자 바로 그 곡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그 곡은 그녀의 삶을 위로해주는 곡이었기 때문이죠.

숱하게 사랑하고, 배신 당했지만 언제나 사랑에 최선을 다했던 그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섰던 그녀. 에디트 피아프는 힘겨운 삶을 살았지만 그래도 자신의 삶을 후회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녀는 그래도 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쫓으며 살아왔으니까요. 어쩌면 그녀를 동정하는 시선들에 당당히 말하고 싶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라고요.
그녀의 삶을 관통하고, 위로하고, 또 당당히 일어서게 한 'Non, Je Ne Regrette Rien'라는 곡이 그저 '인셉션'만 떠오르게 한다는 게 안타까운 까닭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 노래가 흘러나올 때, 인셉션이 아니라 에디트 피아프의 삶과 사랑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요?
이 곡에 대한 일화를 아래에 인용합니다.
샤를르 뒤몽(CHARLES DUMONT)이 무명의 작곡가 시절에 대스타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를 만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중 드디어 기회를 잡았습니다. 카리스마가 남다른 피아프가 집으로 찾아와도 좋다는 연락을 해 왔습니다.
피아프가 있는 거실에 들어갔을 때 피아프의 첫마디는 "날 왜 찾는가?"였습니다. 뒤몽은 그녀의 카리스마 앞에서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날 왜 만나자고 했는가?"
뒤몽은 대 가수 피아프에게 헌정할 작품을 가지고 왔다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뒤몽이 만난 대스타 피아프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병들고 지쳐서 마치 유령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평소에 흠모했던 피아프를 만날 수 있었던 것만으로 뒤몽의 가슴은 뛰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쓴 곡이라면 당신이 한번 불러 봐요."
뒤몽은 식은 땀을 흘리며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아닙니다! 그 무엇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난 후회하지 않습니다."
"NI NE BIEN QU'ON M'A FAIT NI LE MAL TOUT CA M'EST EGAL"
"사람들이 내게 주었던 행복이건 불행이건 간에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이쯤 노래했을 때 피아프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습니다.
"멋있어요! 당신은 정말 멋있는 곡을 썼어요. 내게 딱 어울리는 가사에요. 어쩌면 나의 유언장이 될 수도 있는 노래에요. 당신은 요술쟁이군요."
1960년 12월 그렇게 "NON! JE NE REGRETTE RIEN(후회하지 않아요)"는 세상에 나왔습니다. 제 2의 "사랑의 찬가"로 평가받으며 이 노래는 샹송 팬, 그리고 피아프의 팬들을 열광시켰습닏. 물론 뒤몽은 자신이 몇 번째인지도 모른 채 피아프의 침실로 부름을 받습니다.
"사랑의 찬가"만큼이나 높이 평가되는 이 노래를 부르고 3년 뒤, 피아프는 세상을 떠납니다.- 이종환, 팝송은 죽었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