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의 영화는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이다. 에피소드마다 화자가 달라지는 데, 마지막 에피소드가 옥희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옥희의 영화'다.

옥희는 다른 두 남자와 같은 곳에 갔었던 내용을 가지고 영화를 만든다. 나이 든 남자와 함께 갔던 아차산과 젊은 남자와 함께 갔던 아차산이다. 그냥 두 경험을 나란히 붙여놓고 보고 싶었단다. 특이한 것 같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사람과 같은 곳을 가게되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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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그랬다. 어떤 남자와 갔던 곳에 다른 남자와 갔었고, 조금은 다르지만 미묘하게 같은 것들을 경험했다. 옥희의 영화 속 나이 든 남자와 젊은 남자도 그렇다. 조금은 다르지만 그들은 미묘하게 같다. 오로지 다른 건 여자의 마음 뿐이다. 어떠한 장소에 누구와 함께 갔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했는가를 똑같이 비교해본다는 건 실상 의미가 없다. 그냥 그저 그렇게 붙여 놓고 한 번 봐보고 싶은 일말의 호기심이나 어쩌면 무언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일 뿐이다. 여자의 마음에는 이미 답이 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함께 가보고 싶었던 곳에 다른 사람들과는 가봤을 지언정 정작 사랑하는 사람과는 아직 함께 가보지 못했다. 기회가 안 닿았던 것도 있지만 실상은 꼭 그곳이 아니어도 괜찮기 때문이다.

다른 에피소드인 '주문을 외울 날'이나 '키스 왕'이나 '폭설 후'가 남자들의 자기 고백 혹은 자화상이라면 '옥희의 영화'는 질문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지금 만나는 남자는 그냥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겁니까? 가끔은 솔로인 게 싫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그 감정이 좋아서 연애를 하게 되는 남자가 있다. 그리고 어떤 남자와는 그냥 연애를 하며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다. 그건 연애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 남자가 좋아서이고, 그 남자이기 때문에 이다.

옥희의 영화를 보면서 슬픈 감정이 들었던 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홍상수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정말 저런 사람이, 저런 삶이 있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보면 볼수록 참 달라 보이는 우리들도 비슷하게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옥희의 영화'는 그래서 우리들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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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7 17:49 2010/09/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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