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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는 이렇게 썼다.

"이런 소설을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을 소망하면서 이번 소설을 썼다."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허수아비춤을 읽다 보면 소설을 읽고 있다는 생각을 잊게 된다. 우리가 늘 보아왔던 신문 기사의 한 꼭지, 뉴스의 한 꼭지가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뉴스와 기사에서 온갖 어려운 말들로 포장돼 왔던 일들을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재벌 기업이 재산 상속을 위해 벌이는 일들, 비자금을 만드는 과정들, 그 과정에서 오고가는 모든 유착 관계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재벌이 어떻게 고위직 공무원을, 언론사를, 그리고 계열사와 노동자들을 매수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혹여 아직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나오는 모든 뉴스들이 객관적이고, 사실이라고 믿는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소설을 읽으면서 답답하고, 화가 났다. 이게 그냥 소설이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소설 속 내용들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고,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앞으로도 태연히 벌어질 일들이라는 게 답답했다.

삼성 비자금에 대한 수사나 삼성 불매 운동론이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삼성이 망하면 우리나라 경제가 망가진다는 논리로 버텨왔다. 정확하게는 삼성이 망하는 게 아니라 대기업들이 돈을 매수로 권력을 쌓아왔던 방식이 무너지는 것이다.

대학 캠퍼스에 기업이 들어왔을 때, 그것이 참 경악스러웠다. 어떻게 기업이 이렇게 버젓이 대학에 들어왔을까 싶었다. 하지만 다들 별 의문 없이 받아들였다. 사실은 광고인 기사를 보고도 그것이 진짜로 믿고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의심하지 않는 사회가 모든 것들을 돈의 힘으로 굴러가게 만들었다. 이건 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다. 제대로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하게 만든 허울뿐인 민주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돈의 노예이면서, 그것을 잘 모르거나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나도 돈만 벌면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학가의 취업 전쟁을 보면 우리는 아직도 노예가 맞고, 여기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다들 노예가 되기 위해,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지 않은가. 부모들 역시 그것을 부추기며, 직장에서 수없이 싸우고 비굴해진다. 어느 정도 사회 경험을 쌓은 30대들도 다르지 않다. 빨리 출세하면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상사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고, 상대 동료를 어떻게든 짓밟으려고 한다. 그러다 결혼을 하면,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고, 그 돈을 갚기 위해 또 군 말 하지 않고 회사 일을 한다. 부당한 처사에도 대들지 못한다.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된다.

돈의 노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내가 돈을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돈을 무기로 권력을 장악하고, 부정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돈을 쌓는 방식을 끊어내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해야하는 지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우선은 문제를 인식하고, 의심해 보고, 비판하는 게 시작이 아닐까 싶다. 소설 속에서 한 교수가 주장하는 내용처럼 기업에 타격을 입히는 건 불매운동이 시작일 지도 모른다.

나는 개인적으로 삼성 제품을 쓰지 않는다. 딱히 불매운동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냥 삼성이 싫어서 안 사다보니 그렇게 됐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글 초반에 언급했던 조정래 작가의 말 뒤에는 이런 말이 덧붙어 있다. "그러나 이런 소설이 완전히 필요 없게 될 세상은 오지 않을 것임도 잘 알고 있다. 그 도정이 인간의 삶이고, 우리네 인생 아닐까."

이런 소설이 완전히 필요 없게 될 세상은 오지 않는다 할지라도,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게 우리의 삶이어야 하지 않나하는 말에 다름 아닐 것이다.

'허수아비춤', 그것은 우리가 춤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낱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더이상 허수아비춤을 추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의심하는 법도, 이의를 제기하는 법도, 비판하는 법도, 분노하는 법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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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03 13:33 2010/11/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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