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이던 때, 나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노동전문일간지 '매일노동뉴스'의 기자였다. 내 주된 출입처는 민주노총 공공연맹, 한국노총 공공노련 등이었는 데, 아무래도 공공서비스와 관련된 곳들이다 보니 서울시와 얽히는 일이 많았다. 그땐 어떤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가도 '이명박'이라는 이름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서울시가 노동문제와 관련이 깊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2004년 지하철노조들의 파업
서울시와 관련된 노동 문제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04년에 있었던 궤도공동투쟁이다. 서울, 인천, 대구, 부산지하철의 인력 충원이라는 요구를 걸고, 공동 투쟁을 벌인 파업이다. 이 공동투쟁은 결국 '실패'로 끝나는 데, 그 중심에 서울시와 이명박 후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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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궤도공동투쟁 당시의 모습. 왼쪽부터 도시철도, 인천지하철, 서울지하철의 각 노조 위원장들.


서울지하철노조와 도시철도노조는 2004년 7월 21일 새벽 4시부로 전면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을 하기도 전에 서울지노위는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직권중재 회부했다.(중재 회부되면 그날부터 15일간 합법적인 쟁의 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모든 사업장에서 다 쓸 수 있는 제도는 아니고 철도, 지하철, 전력 등 공공서비스에 국한된다. 하여 공공부문노조의 파업에 악용돼 왔다.) 즉, 파업을 하면 불법이 된다는 말이다.

이를 무시하고 노조가 파업을 하면 '불법'으로 공격하면 되고, 파업을 하지 않으면 좋은 것이니 이때부터 양 공사는 교섭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 여기에 힘입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연합뉴스 2004. 07. 21).
 
결국 공사측은 파업 철회를 조건으로 아예 교섭 자체를 거부했고, 노조는 예정대로 파업을 강행했다. '불법'이 돼버린 파업 탓에 노조 간부들은 직위해제는 물론 무더기 고소고발을 당했다. 특히 공사측은 22일 오전 11시까지 조합원들이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모두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상황에서 노조 내부는 당연히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파업을 철회하겠다고 했다가 이를 다시 반복해 그 파업 현장에서 사퇴를 했고, 그곳에서 위원장 직무대행이 뽑혔다. 그리고 새로 뽑힌 위원장 직무대행은 결국 복귀를 선언한다. 이 현장은 정말 눈물 났다. 이대로 무너지면 안된다며 파업을 강행하자고 울부짖는 조합원들과 들어가야 한다는 조합원들 사이에 격한 토론이 오갔고, 파업 복귀를 선언한 지도부에게는 물병이며 종이뭉치 같은 것들이 날아 들었다. '불법'을 감수하고 파업에 들어갔던 노동자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내가 기자인 것도 잊은 채 그야말로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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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노조가 업무 복귀를 선언하자 조합원들과 도시철도노조 조합원들이 파업 강행을 주장하며 무대를 점거하기도 했었다.



파업 실패의 중심에 있었던 이명박 서울시장
서두가 길었는 데, 아무튼 이 지하철노조 파업 실패의 중심에 이명박이 있었다. 왜 지하철공사가 아닌 서울시장이 끼어드느냐고?

왜냐하면 지하철 문제는 지자체 소관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의 예산이 지자체의 영향을 받고 있어 교섭은 각 공사와 노조가 하지만 실질적인 힘은 지자체인 서울시에 있다. 특히 노조의 핵심요구였던 인력충원은 예산과 직결되는 문제로 지자체가 결정하지 않으면 공사 역시 할 수 있는 게 없다. 조금 격하게 표현하자면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공사가 '얼굴 마담' 격이랄까.

우선 지하철 문제가 지자체 소관이라는 점이다. 부산교통공단을 제외한 4개 지하철은 예산 등 지방자치단체의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교섭은 각 공사와 노조가 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힘은 지자체가 쥐고 있다. 특히 인력충원은 예산과 직결되는 문제로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공사의 선택폭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은 노조와 전혀 교섭할 마음도 인력충원을 할 마음도 없었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했던 노동부 관계자도 "서울시와 궤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지만 결정권은 결국 자치단체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의 당사자가 '서울시'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노조는 서울시와의 직접 교섭 또는 대화를 원했지만 서울시는 번번히 거절했다. 결국 힘없는 공사 사장들은 '직권중재'와 '서울시' 덕분에 버팅길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이 시기는 서울시가 버스체계를 개편한 때와 맞물린다. 지금이야 덜하지만 당시만 해도 버스개편에 대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버스도 불편해 죽겠는 데, 지하철이 파업을 한다고 하니 서울시는 어서 빨리 '불법'으로 몰아 끝내고 싶었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도 "버스체계 개편으로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하철 파업까지 겹쳐 송구스러운 마음 금할 수 없다"며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올바른 노사문화가 장착될 수 있도록 이해와 협조를 부탁한다"(연합뉴스)고 말했었다. 심적 부담이 됐던 버스체계 개편의 불편함을 노조 파업에 떠넘기는 '묘수'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시장은 또 "서울지하철은 지난 한해만 6천230억원의 적자를 내는 등 경영상태가 악화됐다"며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노조의 무리한 주장을 들어주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었다.

단지 이 말만 보면 이명박 전 시장이 노조를 탄압하는 후보인가 싶겠지만 이 말을 뜯어볼 필요가 있다. 서울지하철의 적자 부분. 현재 서울지하철공사나 도시철도공사나 하물며 철도공사까지 궤도부문 사업자들이 모두 적자를 껴안고 있다. 이들이 경영을 못해서? 노조가 강성이라서? 아니다. 이 적자의 원인은 '건설비용'에 있다. 철도나 지하철을 놓으면서 발생한 건설비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책임지지 않고 각 공사에 떠넘겼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적자를 안고 태어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알리 없는 국민들에게 이명박 전 시장은 적자인데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삼천포로 빠져서 노조의 주장이 무리한 가에 대해서도 짚어보자.
당시 인터뷰를 했던 서울지하철인지 도시철도인지 잘 기억이 안나는 직원은 자신이 '막내'인 데, 입사한 지 7년이 됐다고 얘기한 바 있다. 그동안 인력 충원을 안했다는 말이다. 인력충원은 승객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일인데도.. 그런데 이것이 '무리한' 주장이란 말인가.


'반노동' 행보 보여준 이명박 전 서울시장
특히 가장 무서운 이명박 전 시장의 발언은 "노조의 무리한 주장을 들어주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라는 점이다. 이번에도 안되지만 앞으로도 죽어도 안된다는 이 전 시장의 노동관이 잘담겨있는 부분이다.

이외에도 2005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함께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기관의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는 데, 당시 노동자 4명당 1명꼴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었다.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반노동, 노동탄압행보를 보여 온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국노총은 귀 닫고 눈 감고 살았나
이렇게 반노동적인 이명박 후보에 대해 알고 있는 나로서는 한국노총이 이명박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는 뉴스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노총 역시 귀 닫고 눈 감고 살지는 않았을  텐데..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을 했던 걸 경험하고 있을 텐데.. 궤도공동투쟁은 물론이고, 여러 노동자들이 서울시의 반노동적인 정책에 의해 탄압받는 걸 보았을 텐데.. 그런데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는 건 '노총'이길 포기한 결정이라고 본다.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는 못할 망정, 노동자를 탄압하는 후보를 선택했다면 그것은 이미 노동자가 노동자로 살기를, 노동조합총연맹이 노조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포기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한국노총이 '대한노총'이라는 어용의 역사를 부끄러워하고 지우고 싶어했듯이, 이제 우리는 한국노동사에서 이번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선언을 부끄러워하고 지우고 싶어하게 됐다. 한국노총, 부끄러움을 안다면 '노총'이라는 이름을 과감히 포기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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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1 00:20 2007/12/1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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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2/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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