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탄 KTX, 술판 추태 짜증이라는 몽구님의 글을 보다 문득 어렸을 때가 떠오르더군요.

전 어렸을 때 유난히도 기차 타고 여행하는 일이 많았습니다.(아마도 어렸을 때 제가 차멀미를 해서 인 것 같기도 하고.. 제 고향에 기차는 있지만 외곽으로 가는 버스는 그리 많지 않아서인 것 같기도 하고..) 그땐 항상 통일호(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를 탔습니다. 4명이 마주볼 수 있고, 정말 '칙칙폭폭' 소리가 나는 아주 소란스런 기차지요.

그래도 전 그 기차를 타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그 당시 젊은 언니, 오빠들은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면서 가기도 했고.. 마주 앉은 좌석에 앉은 사람들도 서로 모르지만 통성명을 하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고, 먹을 것은 서로 나눠주면서 그렇게 지루한 기차 여행을 했습니다. 객실 내에서 술을 마시고, 떠드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웠던 그런 풍경이었지요.

그런데 통일호가 사라진 자리를 무궁화호가 대신하고, KTX가 보편화되면서 그런 정겨운 기차여행 역시 함께 사라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직도 무궁화호를 타면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큰 소리로 떠드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지만 KTX는 유난히도 조용합니다. 기내에서 전화 받는 것처럼 신경쓰일 정도로 굉장히 조용한 분위기이지요. 승무원들도 소란스러운 사람들에게는 주의를 주기도 하고요.

그런 풍경들을 보면서 뭐랄까, 조금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조금 더 비싼 돈을 주고 탄 KTX이기 때문에 쾌적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여행을 하고 싶은 게 사실일 겁니다. 하지만 '조금 더 많은 돈'을 냈기 때문에 조용한 객실을 유지해야 하고, 승무원들 역시 그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걸까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결국 쾌적한 환경도 '돈'으로 살 수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회의가 드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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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도 무궁화호나 새마을호와 마찬가지로 맥주도 팔고, 안주거리가 될만한 것들도 팝니다. 기내의 음주를 허락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동행자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처음 보는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서로 맥주를 권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다보면 당연히 소란스러워지구요. 그런데 KTX 안에서는 이것들을 거의 용납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가 더 많은 돈을 주고 얻고자 하는 서비스라는 것은 결국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원하는 서비스는 다를 거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공공서비스일 경우에는 사람들이 원하는 그 각각의 서비스를 다 채워주기가 힘든 것도 사실이고요. 결국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겠죠. 그런데 요즘은 기차 안에서 기타 치는 사람도, 삼삼오오 모여 게임을 즐기며 여행을 하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으니.. 그 사라진 풍경들이 못내 아쉽습니다.

물론 몽구님이 접하신 환경은 조금 심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사실 기차 안에서 오징어만 먹어도 냄새가 지독한 데, 거부감 가지는 사람들도 많은 삭힌 홍어까지 드시면서 그분들이 양해도 구하지 않으셨으니 그 분들의 배려심이 부족한 것이지요.

그리고 또 한가지 드는 생각. 서비스는 과연 누구를 위한 걸까요? 내가 제공한 값어치만큼 좋은 서비스를 받고 싶은 건 누구나의 심정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서비스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고, 그것을 받는 이도 결국 사람입니다. '돈'으로 얽힌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수혜자라는 관계를 떠난 다면,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죠.

여기서 고민되는 부분은 내가 받은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문제 제기를 했을 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비스 제공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좀 더 쉽게 얘기하자면, 내가 KTX를 이용하면서 불편 사항을 접해 이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 하고 보상을 청구했는데 이를 접수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은 철도공사지만, 철도공사가 책임을 물리는 상대는 KTX 승무원이라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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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 직접고용을 위해 싸우던 KTX승무원


이 문제는 비단 철도공사뿐 만이 아닌 거의 모든 서비스에서 이뤄지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전에 피자X'라는 곳에서 피자를 먹고 있는데, 한조각을 먹고 두번째 조각을 먹으려는 찰나 머리카락을 발견했습니다. 보통 다른 음식점에서 그런 경우가 발생했다면, 조용히 숟가락을 내려놓고 나오는 편인데 여기는 '피자X'이니까 하는 생각에 서빙하는 직원분을 불러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니 죄송하다면서 아예 새로운 피자 한판을 주시더군요. 그때는 좋아라했는 데..나중에 알고보니 그 피자값은 모두 그 직원분이 물으셔야 한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아차' 싶었습니다. 내가 조금 불편하고 말았으면 될 일이었는데, 괜히 다른 사람한테까지 책임이 돌아갔구나 해서요. 머리카락이 들어있는 피자는 한조각뿐이었으니 그것만 먹지 않으면 괜찮았을 텐데..

요즘 웬만한 음식점에 가면 볼 수 있는 '고객의 소리함' 같은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내 조그만 불평이 누군가에게는 칼날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엉망인 서비스를 다 받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이 사회가 굴러가는 자본의 힘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인간성을 제외시키고, 철저히 자본이라는 시스템으로 굴러가는.. 이걸 뒤엎고 불편함을 감수하자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전에, 그 안에 사람이 있다라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 보자고 한 얘기입니다.

엄마가 해준 밥에도 가끔 머리카락이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엄마한테 밥할 땐 머릿수건 쓰고 밥해달라고 요청하진 않습니다. 물론 부모와 자식 사이는 돈으로 얽히지 않았지만.. 우리가 받거나 제공하는 서비스에서도 '돈'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것으로 접근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난폭운전하는 버스 기사분께 열 받아서 바로 고객 소리함에 글을 적어 보내기보단 기사분께 조금만 조심히 운전해달라고 한마디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냥.. 이러저러한 것들이 생각나 야스락거려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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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2/13 22:03 2007/12/1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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