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예뻤다. 문소리는 믿음직스러웠다. 김지영은 억척스러우면서도 귀여웠다. 엄태웅은 재수 없다가 조금 멋있어졌다. 그리고 나는 이런 리뷰 밖에 쓰질 못하겠다.
다만 엔딩 크레딧에서 당시 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이 말한 것처럼 자기 팀조차 없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뛰어야만 했던 그 선수들의 심정이 어땠을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게 됐다. 그럼에도 감히 그 심정을 상상할 수가 없다.
'대한민국'은 그 이름을 달고 뛰는 선수들에게 대체 무엇을 해주었는가.
나는 '민족주의'를 혐오하면서도 때로 그가 가진 힘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팀이 없어져도 아무도 모를 만큼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선수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을 단 순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영웅이 됐다. 사람들은 오심에 분노하고, 우승에 가까운 준우승에 안타까움과 격려를 보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다.
그 뒤 잠시나마 핸드볼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뿐이다. 올림픽을 끝낸 그들이 돌아갈 곳은 아무 데도 없고, 갈 곳 없는 그들을 알아보는 사람도 관심가져주는 사람도 없다. 그저 그들은 한 때 '영웅'일 뿐이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축구도 야구도 아닌 쇼트트랙인데, 쇼트트랙 경기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중계 자체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성적을 냈을 때 하이라이트 위주로 편집한 스포츠 뉴스에서 보는 것이 전부이다.
결과가 아닌 과정이 보고 싶은 나로서는 답답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결과만으로 대체 무엇을 볼 수 있단 말인가. 결과만 보고서는 그 선수들이 흘린 땀도, 열정도 느낄 수가 없다. "역시 한국 쇼트트랙은 최고야"라고 감탄하는 것 뿐이다.
비관심 종목 운동까지 다같이 관심을 가지자고 종용할 생각도, 필요도 없다. 없던 관심을 어떻게 억지로 만들겠는가.
다만 국가라는 이름에 현혹되지만 않았으면 한다. 선수 한 명 한 명과 그 팀을 평가해야지 '대한민국 핸드볼', '대한민국 쇼트트랙'으로 평가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대한민국 OO팀'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대한민국'이 해준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리고 그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지기에는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너무 아깝다.
영화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 한 명, 한 명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뛰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 또는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무엇을 위해 뛰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하에 그 많은 것들을 싹 무시해버린다. 좋은 성적에 환호하고, 어쩌다 오심이나 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열을 내며 성토하면 그 뿐이다. 그것이 진정 그들을 위한 일이라고 믿는다.
영화 속 핸드볼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 올림픽 우승이었을까? 그건 올림픽 우승이 아니고서는 기대할 수가 없는 현실 속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을 게다. 그들은 굳이 올림픽 우승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그들의 노고를 알아주지 않아도 그저 그들의 생활 속에서 그들이 좋아하고, 할 수 있는 핸드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원했을 것 같다.
첫 데뷔작... 아니 상업영화 첫 데뷔작의 목적을 잘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은 보인다.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해 본다. 첫째, 갈등의 해결이 완전하게 보이지 않았다. 선수간의 갈등, 선후배와의 갈등, 감독과 선수와의 갈등, 부부와의 갈등.. 특히, 감독과 고참 선수와의 갈등 해소가 비오는 산악경주로 한번에 씻어지는 거라고 보여주어서 그런지...그전까지 신기술을 적용한 훈련방식과 기존의 훈련방식을 고수하려는 그 갈등도 쉽게 생략된 부분은 아쉽다고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