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포르노 보는 여자다. 신작을 챙겨보거나 수집할 정도의 마니아도 아니고, 심심할 때마다 보는 취미생활도 아니지만, 내가 아는 여자들 중에서 포르노 보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다.(한 것 같다.)
포르노를 처음 접하게 된 건,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이란 책 때문이었다. 그 책에 '린다 러블레이스의 진실'이라는 내용이 나오는 데, '목구멍 깊숙이'라는 포르노의 주인공이 바로 린다 러블레이스다.
다큐 '인사이드 딥 스로트' 중, 당시 '목구멍 깊숙이'의 포스터
목구멍 깊숙이라는 포르노는 여자의 성감대가 말 그대로 목구멍 깊숙한 곳에 있다라는 설정이다. 그러니 당연히 펠라치오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성관계인 것이다. 게다가 린다 러블레이스, 이 여자의 소녀같은 외모까지 가세해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한다. 순진한 소녀도 사실은 음란한 성행위를 좋아한다라는 일종의 환상을 심어준 것이다.
이 때문에 나는 목구멍 깊숙이라는 포르노가 너무 궁금해졌다. 대체 한 시대를 풍미할 정도로 남자들의 판타지를 반영한 포르노는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은 여자들에겐 포르노 공급선이 없었기에 남자 선배들을 통해 포르노 CD를 받아 접했다. 그 뒤로도 목구멍 깊숙이를 찾아 보려했으나 유사작들만 있을 뿐, 실제 그 포르노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여튼 나의 포르노 보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솔직히 말해서 포르노를 즐겨보는 것은 아니다. 포르노를 보면서 기분 나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정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은 영상도 많다.
다만 대부분의 남자들이 포르노를 본다는 가정하에, 그리고 그 안에 남자들의 판타지가 어느 정도는 반영돼 있다는 전제 아래 남자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 판타지 안에 내가 갇히지 않기 위해 본다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려나.
내가 느낀 포르노 속 남자들의 판타지를 대강 정리해보자면 이렇다.
다큐 '인사이드 딥 스로트' 중, 린다 러블레이스
첫째는 강간 판타지다. 강간 대상은 여고생일 수도, 옆집 누나일 수도, 친구의 아내일 수도, 형수나 처제일 수도 있다. 또 누나나 여동생, 엄마 등의 근친 강간도 자주 등장한다. 남자들이 정말 강간을 하고 싶기 때문일까?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본다.
짝사랑하는 누군가나 사랑하는 누군가와 섹스를 하고 싶지만 그것을 표현하지 못하거나 억누를 수밖에 없는, 또는 상대와 비교해 조금 형편없는 자신에 대한 콤플렉스의 반영은 아닐까?
상대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시작해도, 결국 여자도 동의하게 되더라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강간 포르노는 거절당하고 싶어하지 않는 남자들의 욕망을 표현하는 듯 하다. 물론 이것을 현실에서도 적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지만.. 욕망을 표현하려던 것이 잘못된 여성 판타지를 심어주는 것이다.
두번째는 강간 판타지와 어느 정도 이어지는 부분인데, 못난 남자 콤플렉스의 반영이다. 포르노 속에 얼굴을 내비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여자이다. 남자들은 가려 있기 일쑤이다. 물론 남자들이 얼굴을 비치는 포르노도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남자들은 하나같이 못생겼거나 배가 나왔거나 늙었거나 하는 등 어딘가 열등한 존재들이다(물론 아주아주 가끔 몸매도 멋지고 얼굴도 괜찮은 남자들이 등장한다.).
반면 여자들은 얼굴이 예쁘거나 몸매가 시쳇말로 끝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열등남도 우등녀와 섹스할 수 있다는 판타지인 것이다. 결국 어떤 잘난 여자도 자랑할만한 페니스만 있다면 평정할 수 있다라는..
세번째는 롤리타신드롬. 어린 여자들과의 섹스이다. 어린 여자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어린 소녀, 어린애들이 출연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내 나이에 관계없이 어린 사람과 섹스를 하고 싶은 심리, 어린 여자의 첫 경험을 자신이 하고 싶은 심리, 사타구니에 미처 털도 자라지 않은 여자를 보는 벅참이 포르노 속에서 느껴진다. 이런 포르노들은 아동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존재 자체에 문제가 있는 포르노이다.
네번째는 쓰리섬 혹은 집단 섹스. 보통 한 남자가 2명 이상의 여자를 상대로 하는 경우가 많으며, 집단 섹스에서는 남녀의 구분 없이 그냥 보이는 데로 섹스를 한다. 한명의 남자가 여러명의 여자를 상대하는 포르노 속 판타지는 자기 남성성의 과시이다.
남자들은 더 오래, 더 세게 섹스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개인별로 그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의 남자들은 누가 더 오래하는 지에 대해 자존심을 건다. 보통은 한 여자와의 오랜 섹스로 만족하고 살지만 포르노 속에서 만큼은 여러 명의 여자를 상대해도 끄덕없는 남성성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다섯째는 관음증이다. 포르노 속엔 유독 몰카가 많다. 그 중엔 진짜 몰카도 있고, 몰카를 가장한 포르노도 있다. 이것들은 포르노를 보는 대상들을 의식하고 만들어진다. 딱히 남자들의 판타지라기 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사생활을 훔쳐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도 훔쳐보고 싶겠지만 그걸 할 수 없으니 포르노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이 외 수간, SM 등등의 하드코어류는 언급하지 않겠다. 딱히 남자들의 판타지를 반영했다라기 보다는 색다른 취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므로..
나는 딱히 포르노를 폐지하자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포르노를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범법 행위, 비도덕적 행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강간이나 아동 성착취, 약물 복용 등등 여러 형태의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곳이 포르노 시장이다. 그러나 정작 여자들은 이런 현실을 모르고 있다. 여자들도 포르노를 즐기라는 것이 아니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그들의 판타지가 잘못됐다면, 잘못됐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포르노 속 여자들은 성적 착취의 대상, 수동적일 수밖에 없거나 밝히기만 하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도 남자들이 여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물론 모든 남자들이 여자를 그런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니다. 포르노 속 대상화한 여자의 이미지가 그렇다는 것이고, 그것을 즐기는 대상이 남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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