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론 홍상수 감독이 '생활의 발견'에서 정점을 찍은 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 않나 싶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해변의 여인' 두 영화에선 그닥 큰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영화 자체도 큰 감흥이 없었다. '극장전'을 보고난 뒤엔 '역시 홍상수'라 생각했으나 이번에 본 '밤과 낮'은 또 다시 실망감을 안겨줬다.
영화 제목은 밤과 낮이지만 극 중 성남에겐 정작 밤과 낮이 중요하지도 않고 큰 의미도 없는 듯 하다. 그저 연결돼 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 자연스럽지 않은 어색한 연기가 홍상수 영화의 특징이기는 했지만, 모든 배우들이 어색한 연기를 펼쳤던 건 아니었다. 극 중 간간히 드러나는 어색한 연기가 오히려 돋보였던 게 그간 영화들의 특징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에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별로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거북스러웠던 건 너무 빈번하게 출연하는 어색함이었다.
홍상수 영화 속의 여자들은 능동적으로 보이지만 알고보면 수동적인 여자들이 많다. 이 영화 속 여자들이 다 그렇다. 그 수동적이기만 한 여자들을 보는 것도 짜증스러웠다. 먼저 유혹한다고 능동적인 여자가 되는 건 아니다. 둘 사이에서 내 위치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한 데, 다 똑같은 여자들만 나온다. 재미도 신선함도 없는 이유다.
개인적으론 파리를 구경할 수도, 박은혜의 몸매를 볼 수도, 김영호의 매력을 발견할 수도 없는 영화였다.
... 그러고보면 나는 홍상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김상경이 출연하는 홍상수 영화를 좋아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