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에서 고흐의 흔적을 찾기 위해서는 약간 외곽으로 나가야했다.

반고흐 뮤지엄 못지 않게 고흐의 주요 작품들이 모여있는 곳이 바로 아른헴에 있는 클로러뮐러 미술관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독일 고속철 ICE를 타고 아른헴으로 향했다.
 
암스테르담에서 1시간여가 걸리는 곳인데, 설레여서인지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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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중앙역, 기차를 기다리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찻길을 보면 참 기분이 좋다.


바깥의 풍경들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고,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아른헴에 내려서부터가 고생이었다.

크롤러뮐러 미술관에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또 한참을 가야했는데, 버스 정류장은 여러 곳이고 내가 타야하는 105번 버스는 보이지 않았다.

미술관이 있는 호헤 벨루베 공원을 가려면 버스를 어디에서 타야하느냐고 물어봤는데, 글쎄 사람들이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한 할머니가 나를 인포메이션까지 데리고 가줬는데, 아직 문을 열기도 전이었다.

좀 기다리려고 보니, 그 때 마침 105번 버스 정류장이 보여 후딱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 오르고부터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버스에서 공원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여행책자에서 봤기 때문이다.

내려야하는 정류장도 몰랐다. 타기 전에 운전기사에게 이야기하긴 했지만 과연 알려줄 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버스가 20분 정도를 가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렸고, 나는 내려야할 곳을 놓친 것이 아닌가 불안했다.

30여분쯤 갔을까, 운전 기사는 친절히 설명해줬다.

호헤 벨루베 국립공원에 갈 사람은 여기서 내려, 대각선에 서 있는 저 버스를 옮겨 타고 가라고.
(물론 알아듣진 못했지만 운전 기사의 손짓이 그러했다.)

다행히 나 외에도 여행객이 몇 있어 그들과 함께 버스라기 보다는 봉고차에 올랐다.

그 차는 우리를 매표소 앞에 세우더니 입장권을 끊고, 다시 차를 타라고 했다.(이것도 역시 손짓으로)

입장권을 끊으니 그 차는 우리를 크롤러뮐러 미술관의 입구에 내려주었다.

그제서야 나는 안심을 하고, 비로소 사진기도 꺼내 들고 미술관으로 당당히 발걸음을 옮겼다.

크롤러뮐러 미술관에는 고흐의 그림 외에도 피카소와 모네 등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목적은 오로지 고흐. 인상파가 아닌 화가들의 작품은 대충 훑고 지나가고 고흐의 작품이 전시된 곳에서 그야말로 발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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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작품들이 방 한가득, 그리고 그 다음 방까지 가득 전시돼 있었다.

앞으로 내가 갈 곳들을 그린 그림들 앞에선 한참을 서서 그림을 감상하기도 했다.

반고흐 뮤지엄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곳에서는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참 좋았다.

그리고 외곽에 있기 때문인지 관람객들도 적어 마음 편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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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있는 그림이 지누 부인의 초상인데, 사람들에 대한 고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아 왠지 흐뭇해지는 그림이다. (왜 이 그림에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다고 하는 지는 이 전 포스트 '우리는 고흐를 모른다'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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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부 조셉 롤랑의 초상. 엄밀히 얘기하면 우체부는 아니고, 우체국에 근무한 직원이라고 하지만...

술과 사람을 좋아해 고흐와 술도 자주 마셨다던 롤랑. 왠지 이웃집 아저씨처럼 익살 맞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꼬부랑거리는 수염 때문일까? 붉은 뺨 때문일까? 기분 좋게 취해있을 것 같은 롤랑 아저씨와 술 한잔 하는 것도 기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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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볼 수 없었던 그림. 몽마르뜨에서 살 때 그린 풍경인 듯 하다. 작품 이름을 메모해 온다는 걸 깜빡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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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고흐를 생각하면, 밝고 강렬한 색감, 휘돌아 감기는 듯한 특이한 붓터치 등을 생각하지만 초반에는 상당히 어두운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

노동하는 사람들의 모습, 그들의 얼굴에 그리워진 짙은 주름 같은 것. 크로러뮐러 미술관에는 이같은 초기 작품들도 많이 전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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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의 자화상을 보고 있으면 왠지 슬프다. 그리고 자세히보면, 고흐의 자화상들은 양쪽 눈의 색깔이 다르다. 그것마저도 왠지 슬프다.

이날은 네덜란드 여행을 마치고, 파리로 가야하는 날이었다. 서둘러 암스테르담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버스를 기다릴까했지만 아직 버스가 오기에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까짓것 걸어가면 금방이겠지라고 생각하고 무작정 걸었다.

그리고 내 눈 앞에 쭉 펼쳐진 길을 보며 잠시 절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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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길의 끝으로 가면 입구가 나오겠지했는데, 이 길이 끝이 아니었다. 기다릴 줄 모르는 내 성미에 대해 뼈저리게 후회했던 날이다.

그러나 입구로 향하는 길은 참 흥미로웠다. 마치 아프리카의 한 초원에 온 듯한 풍경들이 펼쳐져 있었다. 주위에는 지나가는 사람도 한 명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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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걷다 보면, 결국 목적지에 닿기 마련이다.

버스 정류장까지 무사히 걸어간 뒤 아른헴역으로 향하는 버스 시간을 살펴봤다.

'아차!' 버스가 오려면 아직 한참 먼 시간이었다. 그냥 미술관 앞에서 이곳 버스정류장까지 오는 버스를 기다리면 딱 맞을 시간이었던 것이다.

왜 나는 늘 기다리지 못하고, 앞서가는 것일까? 결국 도착 시간은 똑같은데...

여행은 이렇게 나를 돌아볼 기회를 주기 때문에 매력적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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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기차를 타고, 나는 무사히 암스테르담에 도착했고 또 파리로 향하는 기차도 별 탈 없이 탈 수 있었다.

고흐를 찾아 떠난 여행 1. 반 고흐 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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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8 13:03 2009/07/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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