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를의 기차역은 아주 작았다. 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왔는데,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횡한 모습이었다. 그 어느 곳을 가도 쉽게 볼 수 없었던 황량함에 살짝 당황스러웠다.

사람들을 따라 무작정 길을 나섰다. 아를 시내 지도를 보며 숙소를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숙소가 있는 거리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감'을 믿고 가기로 했다.

번화한 곳들을 지나고 지나 고속도로로 나가는 길이 있는 한적한 길에 다다랐는데도 숙소는 보이지 않았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동양인인 내가 신기한지 장난을 거는 바람에 덜컥 겁이 났다. 비록 날은 밝았지만 인적이 너무 드물어서...

그 때 막 건물에서 나와 차를 타는 한 여자가 보였다. 그곳으로 가서 호텔 위치를 물었다. 다행히 마음씨 좋은 그 분이 차에 흔쾌히 태워줘 숙소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사실 길을 물으면서도 차를 태워주길 간절히 바랬었다. 더위에 너무 지쳐 있었으므로.

숙소에 도착한 후 이미 몸은 지쳐있었지만 그래도 이대로 시간을 보내면 안될 것만 같았다.

무거워진 발을 질질 끌고 밖으로 나섰다. 호텔 근처에 버스 정류장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버스는 3, 40분 간격으로 왔다. 그야말로 습기 하나 없이 쨍쨍 내리쬐는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버스를 기다렸다. 혹시나 싶어 아이팟터치를 꺼냈는데 Wi-Fi가 돼 잠시 트위터에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아를은 작은 마을이지만 고흐가 살았고, 그림을 그렸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서인지 고흐와 관련된 이정표가 잘 정리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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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버스정류장에서 가장 가까웠던 에스파스 반 고흐. 귀를 잘라낸 고흐가 묵었던 병원이다. 현재는 문화센터 등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그림 속 정원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그림과 똑같은 모습을 찍어보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나무들이 더 키가 크고 통통해져 그림에서 보이는 건물들을 가리고 있었다. 그것이 오히려 시간의 무게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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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돌려 아를의 원형 경기장을 지나 역쪽으로 쭉 내려갔다. 론강과 노란집이 있던 자리를 보기 위해서였다. 가다보니 노란집은 역에 도착했을 때 지나쳐왔던 곳이었다. 알아보지 못한 건 노란집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고흐가 그렸던 곳들은 왠지 모두 남아있어야만 할 것 같은데, 그곳이 사라져 쓸쓸함이 몰려왔다. 어쩌면 몸도 지치고, 더위에도 지치고, 혼자 하는 여행에 외로움도 커졌던 날이라 더 쓸쓸했는 지도 모른다. 여행 중 가장 힘들었던 하루였던 것 같다.

아무튼 비록 노란집은 사라졌지만 노란집 뒤에 있던 굴뚝이 있는 건물과 길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노란집에서 고갱과 함께 살며 예술가의 집을 만들고 싶었던 고흐의 꿈도 이 노란집과 함께 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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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집이 있던 자리를 뒤로 한 채 론강쪽으로 향했다. 노란집과 론강은 아주 가까웠다. 고흐는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론강가에 나와 밤새 그림을 그렸던 게 아닐까.

내가 도착한 시간은 비록 늦은 오후이긴 했지만 여전히 밝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론강에 비치는 불빛도, 그 위에서 반짝이는 별들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강의 라인이 그림에서 그려졌던 곳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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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맥주를 한 잔 하러 밤의 카페 테라스를 찾아간다. 이곳을 찾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림 속 장면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눈에 띌리 없었다. 머릿속에서 그림을 지우고 둘러보니 그제서야 이 카페가 보였다.

카페 양 옆으로도 다른 카페들이 노천 카페를 운영하고 있고, 테이블과 의자가 빼곡히 놓여 있어 그림 속 모습을 찾기가 힘이 들었다.

동그란 테이블은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로 바뀌어 있었고, 고흐의 그림을 내세우고 운영되고 있는 모습에서 가장 상업적인 냄새가 났다.

그림 속 카페가 아직도 남아있고, 운영되고 있다는 건 좋았지만 너무 상업적으로 변질돼 안타까웠던 곳이다.

아를은 무척이나 뜨거운 곳이었다. 그야말로 남부의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곳. 온 몸에 뜨거운 태양이 와 닿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 햇빛에는 습기가 조금도 없어 불쾌하진 않았다.

그 뜨거운 태양을 고흐의 열정이라 생각하며, 피부로 느꼈다. 나도 미지근하게가 아니라 어느 한 때만이라도 이토록 뜨겁게 살아야지 마음 먹으며 아를의 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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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1 10:30 2009/08/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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