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 작가 김영갑을 좋아한다.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한 제주의 모습을 담아냈던 열정적인 작가는 루게릭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도 좋아해서 자주 찾아가는 편이다. 그러다 그동안은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을 발견했고, 나는 가슴이 아팠다.
2010.03.07 제주 두모악
이 사진을 볼 때였다. 사진 밑에 있는 낙관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원래 낙관이 이랬던가? 나는 발걸음을 빨리 옮겨 다른 사진들의 낙관을 살폈다.
역시... 낙관은 사진들마다 조금씩 달라져가고 있었다.
이건 병이 진행되기 전의 사진인 것 같다. 이 사진의 낙관을 보자.
맨 위 사진에 있는 낙관과 차이가 있음이 느껴진다. 이 낙관은 이름이 또박또박 쓰여있는데 반해 첫번째 사진의 낙관은 이름이 또렷하지 않다.
이 낙관도 그렇다. 김 자와 영 자와 갑 자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변했다.
그리고 이 낙관을 보면 이제 김 자도, 영 자도, 갑 자도 찾으려고 노력해도 찾기 힘들 정도이다.
나는 이걸 보면서 김영갑 작가의 병이 깊어져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에는 왜 못 보고 지나쳤을까. 아마 그의 사진들은 변함없이 나를 감동시켰기 때문이었는 지도 모른다.
점점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어지는 낙관을 보면서 나는 김영갑 작가의 열정을 생각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를 힘조차 없어져가는 그가 사진을 찍고, 낙관을 써 넣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것은 안타까움이었고, 그 무엇보다 존경하지 않을 수 없는 그의 열정이었다.
그의 낙관 앞에서 숙연해지는 한편, 김영갑 작가의 사진이 더 가슴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