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중학교 때 처음 성교육을 받았다. 성교육을 해주신 분은 양호 선생님이었고, 우리는 비디오를 봤다. 그 비디오에는 정자와 난자가 나왔고, 올챙이처럼 생긴 정자가 난자를 만나 수정돼 자궁벽에 착상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해 임신이 이뤄진다'는 내용이었다.

그 때도 그랬고, 지금 돌이켜 봐도 의아한 건 '도대체 정자와 난자는 어떻게 만나는 건데?'이다. 그렇다. 성교육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것부터 시작하지, 그들이 어떻게 만나는 지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중학생들조차도 아니 심지어는 고등학생조차도 어떻게 임신이 되는 건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나 역시 남자와 여자가 한 방에서 자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임신이 될 수 있다는 것까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나 도대체 어떤 행위를 해야되는 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손만 잡고 자도 임신이 된다고 생각할 정도로 순진하진 않았지만 옷을 입은 채로도 남녀의 엉덩이가 닿으면 임신이 될 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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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성 박물관'에 전시된 포르노 촬영 현장


여중생들도 모이면 흔히 야한 이야기라는 걸 한다. 보통 반에서 '노는 애'들이 야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우리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이야기들을 성지식으로 접하고 있었다. 또 이 때 유행했던 '남자의 향기', '하얀 기억속의 너' 등의 소설을 읽으며 부족한 성지식을 보충하곤 했다. 그래봐야 '숲'이라든지 '샘'이라든지 하는 은유적 표현에 지나지 않았지만.

포르노에 쉽게 노출되는 남학생들과는 달리 여학생들이 섹스 행위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 역시 구체적인 섹스 행위가 무엇인지 알게 된 건 고등학교 때쯤이었던 것 같다.

성교육이 이런 실정이니 작은 시골 학교에서도 어느 누가 임신을 했다더라, 낙태를 했다더라 하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내가 아는 누구 누구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곤 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된 피임법을 몰랐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요즘의 성교육은 어떨까?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듯 하지만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성토하고 있다.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각종 포르노와 성인매체 등에 노출되다보면 성에 관한 잘못된 편견과 의식들을 가질 수 있다. 또 본인이 실제 성행위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피임을 하지 못해 미혼모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오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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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성 박물관'에 전시된 성감대 찾기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성폭력 가해자 중 19세 이하가 2006년에는 1,811명으로 전체 가해자의 11.4%를 차지했고, 2007년엔 2,136명으로 12.9%, 2008년엔 상반기에만 1,172명으로 14.8%의 비율을 보였다고 한다. 미성년자의 성범죄는 본인조차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가해자가 피해자이기도 한 경우도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섹스에 대해 말하기 민망하다고 해서 성교육을 등한시하거나 모른체하기에는 우리의 성문화가 너무 개방적이 돼버렸다. 초등학생 때부터 섹스를 한다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미혼모가 늘어나고, 성범죄는 끊이지 않는다. 제대로 된 성교육, 피임법이라도 알려줬더라면 이런 수치들을 조금은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나도 '성교육이 잘못됐다',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곤 했는데, 이런 말만 한다고 해서 교육이 쉽게 바뀌진 않는다. 그래서 직접 나서서 성교육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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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들이 방학을 맞는 올해 12월 또는 내년 1월 중 1박 2일 혹은 2박 3일의 일정으로 '청소년 성 바로 알기 학교(가칭)'를 열려고 합니다. 대상은 중·고등학생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 중·고등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교육 내용 및 성교육을 해주는 곳들의 교육 프로그램을 알아볼 예정이고, 제대로 된 성교육 프로그램을 짜려고 합니다. 또 성교육을 해줄 수 있는 강사도 알아보고, 섭외도 마쳐야겠죠. 국내에 제대로 된 곳이 없다면, 해외의 사례들을 참고해 직접 나서볼까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

그리고 성교육 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방학을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그램들도 포함할 생각입니다. '재미있게 놀면서 성교육도 받는 학교' 정도가 현재 그리고 있는 모습이랄까요.

'청소년 성 바로 알기 학교'가 의미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혼자 하기에는 벅찬 내용인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여러분들의 많은 의견이 필요합니다. 내 아이에게 성교육을 시킨다면, 이런 내용을 알려주고 싶다라든가,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면 내 아이도 참가시키고 싶다라든가, 내가 아는 곳에서는 이런 내용의 성교육을 시킨다라든가 등등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프로그램 내용에 윤곽이 나오면 후원도 모집하려고 합니다. 장소 제공이라든지, 음식 제공 등도 좋고, 여러 가지 형태의 후원이 이뤄지면 많은 도움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기본적인 프로그램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 후원해달라고는 감히 이야기하지 못하겠습니다. '청소년 성 바로 알기 학교'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후원도 모집할 생각입니다.

여러모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의견이 필요한 행사입니다. 정말 간절히 여러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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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7 16:32 2009/08/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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