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제주에는 억새가 한창입니다.
벌써 3년째 제주에서 가을을 맞는군요.
제주에서 처음으로 가을을 맞을 때, 사람들이 모두 산굼부리, 산굼부리 하더군요.
산굼부리에 가서 억새를 봐야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10년만에 산굼부리를 다시 간다는 설렘에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산굼부리를 다녀와 포스트를 올리기도 했죠.
그 땐 하얗게 핀 억새꽃도 예뻤지만 그보단 헤집어진 억새밭이 더 눈에 들어왔었습니다.
이 때부터 억새는 산굼부리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해 가을, 제주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보니 억새꽃은 그야말로 지천에 피어있더군요.
억새꽃이 피어있는 무리를 보고 싶다면 산굼부리가 좋겠지만 그럴 욕심이 없다면 그저 드라이브만 하더라도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억새꽃을 볼 수 있더군요.
특히 좁은 2차선 도로의 양 길가에 피어있는 억새꽃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이 그저 좋습니다.
억새꽃은 아주 짧게 피었다가 또 금방 집니다.
억새가 아름다운 순간은 정말 찰나인 듯 해요.
바로 위 사진은 억새꽃이 이제 막 피기 시작할 때인데, 무언가 미숙함이 보이죠.
한창일 때는 그 하얀 물결, 특히 햇빛을 받았을 땐 금빛 물결이 그야말로 찬란합니다.
하지만 그 절정기가 지나면 빛이 바래면서 탁한 빛을 띄게 됩니다.
아름다움이 시드는 것이죠.
억새꽃의 피고 짐으로 인해 가을의 오고 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산굼부리에 다녀왔는데, 이미 억새가 빛을 잃기 시작했더군요.
그리고 산굼부리 억새는 지지난해보다 더 풍성해져 있었습니다.
산굼부리의 억새가 유명해지다보니 거름을 아주 많이 줬다고 하네요.
풍성한 억새를 보는 건 좋았지만 산굼부리의 매력이 억새에게 밀리는 듯 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이 사진은 휴대폰으로 찍었는데, 웬만한 카메라로 찍은 것보다 훨씬 좋네요.
푸르스름한 하늘빛이 잘 나온 듯 합니다.
억새꽃이 환하지 않을 땐 이렇게 역광을 이용해 억새의 자태만을 찍는 것도 좋은 방법인 듯 합니다.
제주에서 억새가 유명한 곳은 산굼부리와 마라도, 억새오름길로 알려진 1119번 지방도로(성산에서 성읍 가는 길), 억새꽃 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 등입니다.
마라도는 가을에 가본 적이 없어 직접 확인해 볼 길이 없었으나 한 눈에 섬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마라도에 억새꽃이 가득 피었을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입니다.
가을이면 제주는 섬 전체가 억새꽃밭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지천에 억새꽃이 피어있으니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이 사진은 그냥 보너스입니다. 구름을 뚫고 빛나는 태양의 줄기가 너무 예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