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 문학의 거장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아지즈 네신의 책,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는 가난했던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지즈 네신은 그 슬픔과 가난 속에서 웃음을 배웠다.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웃으면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구루병에 걸린 단 3살난 어린 동생을 묘지에 놓고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가난, 치료할 방법이 없어 그저 신의 뜻에 아이의 목숨을 내맡겨야 했을 정도로 그의 집은 가난했다.
명절임에도 아내와 가족에게 선물을 사줄 수 없는 민망함에 밤 늦게 돌아와 화를 내는 아버지, 역시 아이에게 새 옷을 입혀주지 못해 밤을 새가며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헌 옷을 깁는 어머니. 그렇게 명절을 보내는 가족.
마을 골목길에서 노는 저택에 사는 아이들과 가난한 아이들 그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고, 매일 물을 긷는 어린 아이 아지즈 네신.
결핵에 걸린 어머니는 잘 먹어야 하지만 가난한 살림에 그건 꿈도 못 꿀 일이다. 어쩌다 한 번 고기를 사고, 캐비어를 사서 어머니를 먹이려 하지만 어머니는 그 조차도 아이에게 먹이려고 한다. 늘 굶주려 있지만 그것을 먹지 않기 위해 고기를 구울 때 집을 비우고, 캐비어를 먹지 않으려 애 쓰는 아이.
아이즈 네신은 그런 가난 속에서 살았다. 때로는 억울하기도 했고, 눈물나게 슬프기도 했고, 가난 속에서도 기쁘고 재밌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아지즈 네신은 역설의 미학을 배웠다. 슬픈 일에 마냥 슬퍼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분노가 일어나도 한 번 호탕하게 웃을 수 있는 풍자와 해학을 몸에 익혔다. 우리는 아지스 네신의 풍자를 접하면서 웃으면서 슬퍼할 줄 알고, 또 분노할 줄 알게 됐다.
그는 가난하게 살았던 가난과 아픈 기억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결핍이나 수치로 여기지 않고 살아가길 그런 감정들을 아이들에게 숨기지 않기를 바란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썼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을 부끄러워하고, 수치스러워 한다. 요즘은 밥은 굶을지언정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옷과 가방, 구두 등은 산다. 짝퉁으로라도 산다. 나는 가난하지 않고, 이 정도의 소비력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서로 경쟁한다. 지성이나 지식의 가난함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 물적 자산의 결핍에 대해서는 부끄러워 한다. 이런 문화에서는 그 어떤 똑똑한 아이라도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다.
어렸을 때 나도 새 옷이란 걸 입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나는 첫째였지만 친척들이 많았던 탓에 늘 친척 언니의 옷을 입어야 했다. 내가 내 개인 PC를 처음으로 가져본 건 대학교 1학년 때, 그것도 아는 사람의 오래된 컴퓨터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인터넷은 커녕 오직 한글 작업만 할 수 있는 컴퓨터였지만 그래도 나는 기뻤다. 어릴 때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낸 기억은 거의 없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이모들, 그리고 동생이랑 놀던 기억이 거의 전부다.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은 일년 중 2번 소풍을 가듯이 그렇게 드물었다.
그랬던 과거 때문인지 아버지는 가끔 술을 많이 마실 때면 내게 미안해하신다. 풍족하지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낸 까닭에 내가 내성적이 됐다고 생각하시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나는 그 때문에 좀 더 내 자신에게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됐다. 가진 게 없으면 내가 똑똑해지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돈이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길 수 있는 거지만 나의 지성과 지식이라는 건 돈을 주고 만들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는 내가 번 돈으로 내 옷을 사고, 내 컴퓨터 역시 살 수 있게 됐다. 어린 시절의 결핍들은 그저 과거일 뿐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때로 가지지 못한 것을 열망하며 살 수도 있다라는 것을 배웠다. 내게 집이 없고, 자동차가 없다는 이유로 불행하게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것들이 없기에 꿈을 가질 수도 있고, 내가 가진 것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결핍이 내게 없는 게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심을 배우게 해줬다. 가난하다는 것, 없는 게 많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단지 불편한 것일 뿐이라는 것. 그 사람이 입고 다니는 옷이나 소득만을 가지고 그 사람을 평가할 순 없다라는 걸 깨닫게 해줬다.
우리는 때로 가난한 사람들을 동정하며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할 거라고 믿는다. 물론 약값이 없고, 병원비조차 없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난에 대해 절망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들이 불행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삶의 가치는 그렇게 쉽게 단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라는 시처럼 가난하다고 해서 모르는 것보다는 마음이 가난해서 놓치는 것들이 더 많다.
가난이 부끄럽다면, 부모들의 가난했던 시절이 수치스럽다면, 가난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