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을 알게 된 건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시에 대해 이야기하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한 선배가 들려준 노래가 정태춘의 '아, 대한민국'이었다. 정수라의 밝은 '아! 대한민국'과는 달라도 한참 다른 노래. 취기가 돈 상태에서 음악을 들은 탓도 있었지만, 이 노래를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이어 들려준 곡은 '우리들의 죽음'이었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도 역시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날은 그렇게 정태춘의 노래를 들으며, 술을 마시고, 꽤 울었다.
그 이후로 정태춘의 노래를 찾아 들었는데, 한 곡 한 곡을 들을 때마다 너무나 아름답고 슬픈 노랫가사에 정태춘과 박은옥의 목소리에 매료돼 버렸다.
정태춘의 노래는 딱히 어느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노래들이 매력적이다. 어떤 곡은 서정적인 데다 아름답고, 어떤 곡은 처절해서 슬프고, 어떤 곡은 분노가 느껴질 정도로.. 그렇게 모든 노래가 사람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할 따름이다.
내가 가장 먼저 접한 '아, 대한민국'은 정식 앨범 이름이기도 한데, 1990년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발매했다. 비합법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당초 모든 앨범들이 사전 심의제를 거쳐야 했는데, 그것을 거치지 않고 내버렸다는 것이다. 사전심의제 폐지를 위한 일종의 투쟁이었다고 생각한다.
'아, 대한민국'이라는 노래가 나온 시점을 생각한다면, 88올림픽을 전후로한 무분별한 개발지상주의가 불러 온 가난, 잃어버린 자유와 87년 민주화 과정 등을 포괄적으로 담은 게 아닌가 싶다.
그 당시 대한민국은 '사랑과 순결이 넘쳐 흐르는', '기름진 음식과 술이 넘치는', '양심과 정의가 넘쳐 흐르는' 곳이었다. 그러나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농약을 마시는 참담한 농촌의 총각'과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힘없는 공순이', '식민 독재와 맞서 싸우다 감옥에 갔거나 어디론가 사라져간 사람들'에게 그 아름다운 대한민국은 없었다. 그럼에도 '너무도 질기게 참고' '너무 오래 참고' 살았다. 그곳이 '아'라는 탄식이 나오게 하는 대한민국이었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우리들의 죽음',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떠나는 자들의 서울' 등등의 노래를 통해서도 당시의 사회상을 알 수 있다.
또 이런 노래와는 다른 '탁발승의 새벽 노래', '촛불', '떠나가는 배', '시인의 마을'과 같은 노래에선 정태춘 특유의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노래든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이다.
정태춘의 노래를 다시 듣기 위해 턴테이블이 있는 오디오를 구입하고, 황학동 벼룩시장에 나가 정태춘, 박은옥의 앨범 2장을 구했다. 정작 언급했던 '아, 대한민국' 앨범은 구하지 못했는데, 계속 찾아봐야겠다.
20년전의 죽어가는 아이들에 대한 노래가 있었다. 정태춘의 "우리들의 죽음"이다. 하지만 그 노래는 20년전, 그 이전의 우리의 아픈 기억이 아니다. 지금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분배를 한다던 정권은 어떻게 된 것인지. 점심을 받아먹는 아이들에게 10일치를 한꺼번에 주는 것은 무슨 생각인지. 높은 곳에서는 몰랐고 재발 방지를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하겠지. 물론 했을지도. 과연 우리에겐 희망이 있는 것인지.. 암울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