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은 인류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원한 숙제나 마찬가지이다. 미혼은 미혼이기에, 기혼자들은 미리 세운 가족 계획에 따라 피임을 할 수밖에 없다.
그 피임 방법이 누구나를 만족시키고, 쉽다면 행복하겠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피임은 그리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남녀 모두 각자가 선호하는 피임법이 있기 마련이고, 제대로 피임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과 초조감에 섹스를 즐길 수 없다.
아무래도 임신은 여성의 몸을 빌어 나타나기 때문에 피임에 대한 부담감은 여성이 더 크기 마련이다.
피임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여성들은 임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섹스에 집중하지 못한다. 또섹스가 끝나고 나서도 임신 가능성에 대한 공포감에 시달린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임신진단시약과 사후피임약에 대한 물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과연 피임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산부인과 전문의들로 구성된 피임연구회가 세계피임의 날을 맞아 19~34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여성의 피임에 대한 인식과 행태 조사’에 따르면, 2,30대 여성의 44.5%가 ‘피임은 남성이 해야 옳다’고 답했다. 오직 4.8%만이 ‘피임은 여성이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는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피임을 의존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 싶다.
피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관계 후의 대처 방법도 ‘임신진단시약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비율이 62.4%, ‘응급피임약(사후피임약)을 복용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30.7%로 나타났다.
피임을 남성의 몫으로 떠넘기는 경우, 콘돔을 사용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질외사정법 등으로 피임을 떠넘기는 경우이다. 질외사정법은 엄밀히 이야기하면 올바른 피임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질외사정은 질 내 사정에 비해 임신 가능성이 줄어들 순 있지만 사정 이전에 이미 정자가 일부 정액에 섞여 분비되므로 엄밀한 의미에서는 피임법이라 부를 수 없다.
가장 많은 연인들이 이용하는 피임법이 콘돔이다. 간편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질감 때문에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 중 일부도 콘돔 사용을 꺼려하기도 한다.
그럴 때 선택할 수 있는 피임법이 먹는 피임약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먹는 피임약은 유달리 그 편견의 정도가 심하다. 체중을 증가시키거나 불임에 이를 수 있다는 오해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먹는 피임약은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통해 여성의 배란 및 생리를 조절하는 약이다. 피임 실패율이 낮고 콘돔처럼 성감을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에 잦은 성관계를 갖는 연인이나 부부에게 적합한 피임법이다.
살이 찌거나 여드름이 나는 등의 부작용 등은 초창기 피임약에서 나타났던 증상이나 최근 저용량 피임약들이 도입되면서 이런 부작용들을 해결하고 있다.
먹는 피임약은 다른 피임법과 마찬가지로 사용을 중단하면 바로 임신 능력이 회복된다. 장기 여행 등으로 피임약을 복용해 본 여성이라면 약을 먹지 않을 경우, 바로 생리가 찾아오는 것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또 먹는 피임약이 호르몬을 조절하기 때문에 막연하게 나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먹는 피임약은 전부 용해되며, 복용하지 않을 땐 체내에 그 성분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걸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내에 최근 출시된 야즈는 기존 먹는 피임약이 21일간 복용하면, 7일간 쉬었던 데 비해 24일간 복용하고 4일은 위약을 복용하는 세계최초의 24/4 용법 방식으로 체내 호르몬 변화의 폭을 감소시켜 전체 생리주기 동안 더 안정된 호르몬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은 비록 여자가 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에는 남녀 모두가 공동의 역할과 책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피임은 남자의 몫이 아닌 여성과 남성이 함께 챙겨야 하는 당연한 책임이다. 여자가 적극적으로 피임을 하는 것에 대해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이다. 자기 몸의 주체는 자신이 되어야 하고, 여성이 먼저 나서서 자신의 몸에 맞는 피임법을 찾는 것이 그 주체가 되는 첫걸음이다.
피임을 상대 남성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몸에 맞는 피임법을 찾고, 성생활 역시 불안감 없이 즐기는 것이 자기 몸을 사랑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