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서 보았던 엄청난 양의 눈은 절대 잊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눈 쌓인 기찻길과 사람 키보다 더 길었던 고드름.
온통 눈으로 뒤덮혔으면서도 지저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 풍경은 나를 매료시켰고, 겨울이 되면 그 풍경이 그리워지곤 했다.
올 겨울 이직으로 인한 '쉬는 시간'에 문득 훗카이도행을 결심했다.
사실 사랑하는 사람과 손 꼭 붙잡고 다시 가야지라고 생각했던 곳이었지만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는 내게 필요한 여행지일 거란 생각이 들어 혼자 여행을 떠났다.
햇빛이 아니라 눈 때문에 눈부신 풍경을 생각하며 삿포로로 떠났지만 정작 눈은 많이 오지 않았다. 너무 이른 여행을 떠났기 때문인 듯 했다.
도시 느낌의 삿포로보다는 소박했던 오타루와 지난 여행에서 가보지 못했던 하코다테를 가보고 싶었기에 삿포로에서의 아쉬움은 애써 넘겼다.
하코다테로 가는 긴 여행길.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창 밖만 구경했다.
아니 사실 외로웠다.
혼자 하는 여행이 멋진 건 외로움과 끊임없이 싸워야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자신에 대해,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보곤 하는 것이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이름 모를 마을들.
내가 모르는 어딘가에도 사람들은 살고 있고, 살아간다. 그 안에서는 내가 모르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다.
부럽도록 행복한 삶을 사는 이도 있겠지만 여행하는 내가 부러울 정도로 고달픈 하루 하루를 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생소한 풍경을 보며 그저 내 마음대로 상상해보는 것이다.
하코다테에 도착했다. 하코다테는 참 조용했다. 사람들도 많지 않고, 비 같은 눈이 내렸다.
하코다테항 옆에는 예전에 벽돌창고로 쓰였던 곳들이 거기 그대로 서서 쇼핑몰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래된 것은 무엇이든 부수고 마는 개발주의보다는 차라리 개량주의가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붉은 벽돌 건물들도 외관은 멋졌지만 그 안에서는 어떤 매력도 발견하지 못했다. 여행자들의 눈을 현혹시키는 상품들만이 즐비했다. 아름다운 외양에 속은 덜 들어찬 사람들과 비슷하다.
이 좁은 공간 위에 까마귀 한 마리가 오래도록 앉아 있다 날아갔다. 사진기를 들이대도 도망가지 않는 대담한 까마귀였다.
이 때다 싶어 카메라를 들이대고 초점을 맞추는 동안 까마귀는 흥미를 잃은 듯 떠나버렸다. 그 떠난 빈 자리에 왠지 미련이 남았다. 나도 어딘가에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오진 않았을까...
인적 드문 한적한 길. 오르막길을 숨차게 오르면서 나는 계속 외로웠다.
혼자하는 여행은 역시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을 배우는 수업임을 되새겼다.